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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소소한일상

장애아 위해 과감히 국고지출을 하는 나라

미국에서는 1975년에 제정된 뒤 몇차례 수정된 미 연방법 '장애인 교육법(IDEA)' 덕분에 모든 장애 아동들이 장애의 심각성에 관계없이 무료로, 충분한 공공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 교육법 수정안(공법Public Law 94-142)에는 장애 학생들이 비장애인과 같이 공부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의 종류와 그 욕구가 충분히 수용될 수 있도록 각종 항목이 명시되어 있으며 뉴욕시 교육청만해도 장애아 교육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정해놓고 장애아들의 학교 진학을 적극적으로 돕습니다.

장애 학생이 사는 지역내에 적절한 학교가 없으면, 가까운 학군에 장애 학생 수용시설을 갖춘 학교까지 무료로 등·하교하게 됩니다. 언어 치료, 청각 서비스, 심리 진단, 모든 보조기구 등 교육비는 물론 전액 무료입니다.

장애 학생들은 일반학생들의 수업을 듣기도 하며 자신들만을 위한 독립된 수업을 따로 받기도 합니다. 정규수업이 비장애 학생들과 어울리며 그들을 보고 배우는 과정이라면, 별도수업은 장애 학생들의 수준과 방식대로 학습하는 시간입니다.

학교 전체는 학생이 겪는 장애의 종류에 관계없이 어느 곳이든 완전히 접근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보행기와 휠체어 사용 학생도 함께 쓸 수 있는 화장실과 전용 엘리베이터, 곳곳의 램프 시설이 있고, 강당에는 휠체어를 무대로 올리는 리프트 시설이 마련돼 있습니다.  

뉴욕에서는 초등학생 1명당 연간 1만4천884달러를 교육비로 지출한다고 합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합산 통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와 관계없이 장애아들의 교육비 지출 항목은 비장애아에 비해 두배 이상은 더 들어갑니다.

그 이유는 장애 학생을 위한 별도 시설 마련 비용은 물론이거니와 학교 등교를 위해 각 개인마다 등하교를 위한 앰뷸런스와 전문 수행인이 동원되니 말이죠. (매일같이 몸값 비싼 미국에서 수많은 전문인력이 동원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게다가 전문 선생님과 학습도구만해도 보통의 것으로는 수업이 불가능합니다. 선생님과 더불어 신체장애나 지체장애아를 위한 수행인까지 필요하니 그 경비는 어마어마합니다. (보통 자원봉사자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합리적인 나라 미국에서 매우 비합리적인 예산 집행으로 보이기 까지 합니다. 장애인 1명, 더군다나 생산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신지체아에게까지 비장애인에 몇배가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에서 지불한다니요!!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핏대를 올리기도 할 것입니다. 또는 국가 생산성이나 미래가치, 합리성을 따져 장애아 1명보다는 비장애아 2명에게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는 주장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인권'을 위하는 나라의 모습입니다. 더군다나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그런 사실을 알고도 용납하고 받아 들이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미국은 만성 쌍둥이적자, 즉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나라입니다.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다보니 그나마 버티지 그게 아니라면 도저히 국가로서 존재하기 힘든 상황이죠. 재정적자가 그리도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위한 지출은 계속됩니다.(시기가 시기이다보니 예산 삭감은 불가피하겠지만요...)

가장 놀라운 점은 아이들은 장애아와 비장애가 서로 노는데 그 표정에선 어색함이란 전혀 없습니다. 학생도 부모도 장애아와 그 부모를 바라보는 눈빛이 크게 다를바가 없습니다. 한국물 많이 먹은 저는 왠지 연민이 가기도 하고 동정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주변에 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한국에서 도저히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한국에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미국으로 건너오신 분들이 몇 계십니다. 일단은 장애인이 살기 힘든 환경도 문제려니와 주변의 시선(저같은 사람...)이 부담스럽다는 것이죠. 고단한 이민 생활에 한국생각이 날법도 하지만 자식을 생각하면 백번 옳은 결정이라고, 단 한번도 후회치 않으신다는 겁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우리 모두가 동등한 삶을 살아가는 '파트너'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인식만이라도 뿌리 내리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정치인이 나오고, 관료가 나오면 그제서야 나라가 바뀌고 사람과 인식이 바뀌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