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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소소한일상

장애아 입양해 키우는 미국 아가씨

다른 볼일이 있어 방문했던 매장에 모자지간으로 보이는 손님이 들어왔다. 그런데 뭔가 좀 분이기가 묘하다. 분명 엄마로 보이는 쪽은 곱슬머리 금발머리에 넉넉한 체형의 전형적인 유럽계 미국인인데, 아이는 명백한 동양인.

미국이야 워낙 다국적 가족이 많으니 처음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6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의 행동이 심상찮다.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행동을 자주 보이는데 너무 도를 지나친 행동을 하니 엄마가 수화로 아이에게 주의를 준다.

사연을 들어보니 7살 난 이 아이는 중국에서 버림받은 장애아라고 한다. 중국까지 가서 아이를 입양한 것이라고...

"세상에 버려지는 아이가 너무 많은데..."라며 본인은 사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서 18년 전에도 이스라엘에서 여자아이를 데려다 키웠고, 제작년에 중국에서 이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중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아이가 버려진다는 끔찍한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가서 데려왔다고.

그녀가 했던 말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를 바라보며, "이 아이는 아무런 이유없이 버림 받았다"라는 것. 장애를 가진 아이를 보통의 아이와 하나도 다름 없이 여기는 생각이였다.

내 배로 낳은 자식조차도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해서 내다 버리거나 아예 뱃속에서 지워버리는 세상이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느니 그냥 빛을 안보는게 낫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것이 아이의 행복이라고...(그런 생각이라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사람이란 말인가?)

여전히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에게는 장애아에 대한 동정의 눈길이 남아있다. 그런 우리를 눈치챘는지 엄마는 아이 자랑을 하며 비장애아와 비교해도 하나도 다를게 없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장애아, 그것도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를 키우는게 어디 쉬운 일이랴!! 나만해도 아이가 말이 늦어 대화가 안되는 통에 하루에도 몇번씩 복창이 터졌던 게 한두번이 아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축복', '하나님의 선물'이라며 아이에게 사랑의 눈길을 보내는 엄마를 바라보며 우리네가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혹자는 장애인의 반대말로 정상인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정상인과 비정상인이라는 말이 된다. 장애를 가지면 비정상인이라고??!!

7살 난 그 사내아이는 너무나 쾌활하다. 행동이 거칠기는 했지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는지 당당한 눈빛으로 우리를 마주보며 미소를 짓는다. 엄마와 아들 모두 능숙한 수화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히 전달한다. 두 모자 사이의 대화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얼마 전에 배웠다면서 마술 비스무레한 쑈를 보여주는데 단번에 매장 안이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엄마도 처음 봤는지 어디서 새로운 마술을 배웠냐며 신기해한다. 친구에게 배웠다는 그 마술은 내가 지금 연습해도 그 아이만큼 잘 할 자신이 없는 수준이였다.

아이는 말도 배우고 있단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몇살이냐는 수화에 "Seven!!"이라며 조금은 어색했지만 자신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에게도 '말'을 할 수 있도록하는 프로그램이 있나보다. 다시 한번 매장에 환한 웃음이 감돌았다.

그때 보였던 아이의 의기양양함이 평생토록 그 아이 곁에서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자라서 동정과 편견을 받는 주변의 생각을 날려버릴 수 있는 그런 당당함이 그 아이에게 항상 남아져있었으면 좋겠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편견을 받는 일은 적겠지만, 비장애아에 비해 겪는 불편함이 있을 터, 하지만 그런 불편함 따위는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날려버리고 오히려 핸디캡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훌륭한 한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장사가 안돼 죽겠다며 오만상을 쓰던 주인 내외가 웃음을 터트렸다. 가게 안에 오랫만에 훈훈한 바람이 불었다. 돈 없어 렌트비도 못낸다던 사장님은 날씨가 추우니 아이 모자라도 하나 씌워주라며 챙겨주기 시작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모자의 모습에 잠시간 온갖 시름이 가셨다. 돈 걱정, 사는 걱정,사람 걱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