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와 이슈/이슈와 토론

한우는 광우병으로부터 '진짜' 안전한가

몇일 전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는 보도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에 힘을 얻었다. 발병 가능성이 낮다는 정부의 보도와는 달리 눈앞에 떡허니 광우병 소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캐나다 당국이 조사한 결과 동물성 사료 사용에 의한 감염으로 오늘(29일) 결론 내렸다고 한다.
캐나다는 그러나 1997년 이전에 이미 배포된 `오염 사료'에 대한 회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으며 이번에 발견된 소는 이러한 미회수 `오염사료'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검역 당국은 추정했다.

그 이전에 발견된 광우병 소들도 일부는 광우병 진원지 영국에서 수입된 소들이지만 대부분은 감염원이 `오염된 사료'인 것으로 드러났다. - 연합뉴스

얼마전 한우도 동물성 사료를 먹인다는 보도가 나와 '음모성'보도라는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음모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 먹꺼리 건강 보호 차원에서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한다.

지금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에 미국 소 관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오히려 현재 우리 식탁에 올라오고 있는 한우 관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게 사실이다. 게다가 한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서는 FTA와는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는 사실.

(지금은 시사IN에 속해있지만) 2001년 당시 사시저널 안은주기자의 "펄펄 뛰는 광우병 공포, 설설 기는 정부 대책"라는 한우 광우병 우려에 대한 기사가 있다.

농림부는 지난 2월1일, 한국은 동물성 사료 원료인 골분과 육골분을 1988년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수입했지만, 모두 러시아·미국·중국·방글라데시 등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국가로부터 들여온 것이어서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수입된 동물성 사료는 가격이 비싸서 소와 양 같은 되새김질 가축이 아닌 개나 닭 등의 사료 원료로만 쓰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축산 농가들이 실제로 동물성 사료를 개나 닭에게만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최근 미국에서 양계장으로 가야 할 육골분 사료가 소 사육 농가로 잘못 가서 육골분을 먹은 소를 전부 폐기 처분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정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신뢰하기에는 꺼림칙하다.

<중략>
동물 성분이 포함된 음식물 찌꺼기를 소 3백여 마리에게 먹이는 실험이 실행되어 왔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산하 축산기술연구소 대관령 지소는 수입 사료 원료값이 급상승하던 199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소 40마리에게 음식물 찌꺼기로 만든 사료를 실험적으로 먹였다. 또 경남 하동·경기도 안성·전북 무주·경기 남양주 등에서도 음식물 찌꺼기 사료를 실험적으로 먹였다. 이 가운데 40마리는 지난해 말 모두 도축되어 판매되었다.

<중략>
정부, 광우병 알려진 뒤에도 동물성 사료 먹여
광우병이 동물성 사료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이 오래 전에 알려졌는데도, 정부는 동물 성분이 첨가된 사료를 소에게 먹여 왔던 것이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이 실험은 광우병 예방을 위해 음식물 찌꺼기 사용을 금지하기 전에 시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만의 하나에 대비해 음식물 찌꺼기를 먹은 소를 즉각 추적해 격리하고, 임상 검사를 실시하겠다"라고 발표했다.

결국 정부는 광우병에 관한 정책에서 광우병에 대한 철저한 조사나 분석 없이 선진국들이 하는 대로 수입 금지나 조사, 단속 등에만 치중해 온 셈이다. 사전에 이 병의 기전이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민에게 적극 알려 왔다면 '음식물 찌꺼기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2006년 프레시안 보도에서도 우리나라 축산 현실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광우병 발생 국가는 동물성 사료가 원인이였던 전례를 봤을 때, 똑같이 동물성 사료를 먹였다면 우리나라 역시 광우병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현재까지 단 한명의 광우병 환자가 없다는 것은 인간 광우병 환자에 대한 조사가 미흡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번 캐나다 광우병 소는 동물성 사료 금지 6년이 지난 후에 나타났다는 점에서도 우리나라 한우가 결코 광우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우의 광우병 우려 논란은 지금의 촛불집회정국만큼이나 혼란스런 양상을 띠고 있다. 육골분 사료를 수입한 적도 없고 수입된 것은 다른 용도로 사용됐으며, 철저히 관리, 통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는 농림부의 입장발표를 그대로 믿어도 좋은 것일까? 정부의 신뢰가 땅바닥으로 떨어진 지금, 통제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오늘 연합뉴스에 보도된 '캐나다 광우병 발병 원인'만 봐도 1996년에 사료 통제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염사료' 즉, (정부에서 미처 수거하지 못했거나하는 등의...)파악되지 않은 동물성 사료에 의한 발병임을 상기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농림부는 소 육골분 사료는 제조되지도 않고 수입도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성 사료가 상당량 생산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는 발표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그나마 우리나라 축산 농가에서 동물성 사료 사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근거에 가장 설득력 있는 자료는 바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동물성 사료를 사용하는 이유는 소를 살찌우는데 더 유리하기 때문인데 동물성 사료는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축산 효율성에 있어서 동물성 사료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방법만 있다면 편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게다가 세계적인 곡물 대란으로 인해 곡물사료값이 상승세에 있어 동물성 사료의 불법이용 유혹에 한 몫 거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쓰래기 음식물 처리를 위한 음식물 사료 역시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 음식물을 사용한 사료에도 동물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지자체에서 음식물 쓰래기 처리 방안으로 비료나 사료로 생산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음식물 사료에 대한 적절한 정부의 관리 대책도 강구돼야한다.

과거에는 소 중량을 늘리려고 도축 직전에 물을 배불리 먹이던 축산업자도 있었다. 전적으로 '양심'에 맡길 수 없는 일이며 믿어주기가 힘든 상황이다. 농림부는 어떠한 방법으로 사료와 도축, 축산의 모든 과정이 철저히 관리되고 통제되고 있다는 것인지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자료를 내놔야한다.

시국이 정권퇴진으로 흘러가고는 있지만 촛불시위의 본질인 '우리네 먹꺼리 안전 사수'는 우리가 지키고 보장 받아야할 자유이자 국가의 의무이다. 비싸더라도 우리 한우만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관련보도모음
캐나다 광우병소 ‘동물사료금지’ 6년뒤 출생 - 한겨레 2008/6/30
육골분 사용 법으로 금지…수입 원천 차단 - 축산뉴스 2008/6/16
'쌈' 광우병 폭탄보도…농가 "물타기 말라" - 머니투데이 2008/5/15
[대응] 영국산 육골분, 한국에 수입된 사실 없음 - 농림수산식품부 2008/5/6
(다산칼럼) 한국엔 광우병이 없다?  - 한국경제신문 2008/5/6
인간광우병, 국산 쇠고기도 안전지대 아니다! - 신동아 2007/9/1
허술한 검역실태…한국,광우병 안전 지대 아니다 - 쿠키뉴스 2006/12/4
"인간광우병 안전지대는 없다…진단 못할 뿐" - 프레시안 2006/6/28
펄펄 뛰는 광우병 공포, 설설 기는 정부 대책  - 시사저널 200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