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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뉴욕 생존기

[뉴욕 라이프] 미국 식당 도전기(2)

<지난회 줄거리>
벌써 뉴욕에 온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지금까지 미국식 식당에 한번 못가본 SuJae.
쓸데없는 귀차니즘과 영어의 압박으로 인해 정크푸드만으로 연명하던 그는 날로 심신이 피폐해지기 시작하는데...
드디어 마음을 굳게 먹고 미국 식당을 향해 나갔다.
무거운 발걸음에, 한손에는 전자사전이, 입으로는 미리 찾아놓은 식당용 영어회화가 쉴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동내 상가지역.
짧은 영어실력 탓에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조금 일찍 나왔다. 마침 버거가 맛있다며 한 지인이 알려준 곳을 향해 갔다. 그게 아니였다면 어떤 종류의 미국식 식당을 가야할지 한참을 고민을 했으리라. 그토록 익숙한 한국에서조차 밥먹으러 갈 때, 설렁탕을 먹을까, 갈비탕을 먹을까, 찌게를 먹을까... 귀찮으니 짱께나 시켜먹자!!라는 패턴으로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첫 미국식당 나들이(?) 원정(?) anyway, 이기 때문에 카메라도 챙기며 나름 신경을 쓰고 나갔다. 사실 내 카메라가 고가의 장비에 속하는 DSLR이기 때문에 괜시리 강도라도 당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뉴욕에 와서 단 한번도 카메라를 꺼내놓고 사용하지를 못했다 >_<;; (오늘도 마찬가지로 카메라 가망에 꼭꼭 숨겨두고 식당 안에서만 살짝 찍을 생각이였다.)

Cascarinos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벽면에 Brick Oven Pizzeria & Ristorante라고 써있는걸 뒤늦게 발견했다. 아차 이건 이탈리안 식당이다...햄버거가 이탈리안 음식이였던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였으나, 일단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삽질이라도 한번 해야한다는게 신조인지라 무작정 메뉴판을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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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Heroes가 뭐야? Wraps는 또 뭐냔말이다!!?? T.T
 
메뉴판을 뽑아 든 순간 나는 내가 중대한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 사람이 한국식당에 와서 순대볶음과 순대국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는가? 아니 애시당초 순대가 무엇인지조차 모를 것이다. 비록 한국말을 읽을수 있다고해도 말이다. 그렇다. 나는 메뉴판을 봐도 그 글씨가 의미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당췌 알 수 없었던 것이다 ㅡㅜ (게다가 메뉴가 필기체로 쓰여있어서 더욱 해독이 어려웠다.)

햄버거가 맛있는 집이라는 지인의 증언(?)에 의거, 일단 메뉴판에서 햄버거를 찾았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당황스러워 피자전문점인데 햄버거가 맛있다니?? 미처 이런 의심도 하지 못한채(떡뽁이 전문전에 가서 제육덮밥 시켜먹는 사람이 제일 바보같은 사람이다라는 만고의 진리도 잊은채...) 어떻게든 오늘의 미션을 성공하겠노라는 의지 하나로 결국 햄버거를 찾아냈고, 사이드메뉴와 간단한 음료, 디저트까지 적당한 메뉴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런와중에 손님이 몰려들었고 30분 먼저 온 보람도 없이 긴긴 대기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기다림 끝에 내 차례가 다가왔다. 미리 준비해둔 멘트를 다시 숙지하고 예의 바르고 (나름)정확한 발음으로 주문을 시작했다. 오호~ 내 영어가 좀 통하는걸? 한번에 주문을 마쳤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Angus Burger와 감자튀김(French Fries), 펩시(Pepsi)를 주문하고 여기서 먹을꺼(stay)라고 자리를 잡고 가려고 하는데 뭐라뭐라 또 물어본다. 어라... 머가 또 남았지? 분명 계산까지 다 잘 끝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웰던이냐 미디엄이냐 묻는다. 스테이크 먹을 때 물어보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물어보는 말이니 대답을 해줘야지. 웰던으로 주문했다.

아차!! 영수증 챙겨야지. 캔 아이 해브 마이 리싯? ... 내 말을 못알아 듣는다. 한번 기우뚱 하더니 sorry? 기껏 용기를 내서 말했는데 상대방이 못알아 들으면 내 영어에 대한 믿음이 무너짐과 동시에 당황, 목덜미가 서늘해지기 마련이다. 엄...뤼싯 플리즈!! 이제서야 알아 들었는지 오우~ 뤼~싯~... 젠장 더 굴릴껄...>_< 여기가 본토 미국인 줄 모르고 적당히 발음을 굴릴게 문제였던 것이다. 다음부터는 인정사정없이 발음을 굴리자.

어렵게 어렵게 버거를 시켰는데 30분이 지나도 당췌 나올 생각을 안한다. 이쯤되니 영어가 어눌한 내가 뭔가 잘못했나보다... 불안감이 밀려온다. 용기를 내서 내꺼 언제 나오냐고 했다. 그 순간 내 음식이 나왔다;;; 1분만 참아볼껄... 음식이 늦게 나와서 화가 났다기 보다는 내가 생소한 환경에서 뭔가 실수를 한게 아닐까하는 불안감 때문이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안도감에 그녀의 미안하다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음식을 받아서 자리에 돌아와보니 이게 왠걸. 내가 그동안 내가 먹어왔던 햄버거가 아니다. 웰던이니 미디움이니 물어봤던게 바로 패트가 아예 스테이크였기 때문이었다. 놀라운 사실이였지만 오랜 기다림과 더불어 미국 식당에서의 첫 경험이니만큼 과도한 심적 부담감(?)에 지쳐 허겁지겁 식사를 마쳤다.

미국에 와서 젤 아까운게 팁을 주는 것이다;;; 오늘 같은 경우 12불정도로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인 만원이 식대로 나가는데 거기에 팁까지 15%정도가 더 나가는 셈이니 어찌 아깝지 않으리!! 한국사람들에게 공동적으로 나와 같은 심리가 있었는지 LA에 있을 때 한국 사람들 팁 좀 잘 줍시다!!라는 캠페인이 있었을 정도다. 괜시리 어글리 코리언이 되고 싶지 않아 팁을 어떻게 주나 주위를 살펴봤다.

다행히도 나는 서빙을 받지 않고 직접 메뉴를 주문하고 처리하는 식으로 되어서 특별히 팁을 주지 않아도 됐다. 처음에 매장에 들어가서 아무런 액션없이 자리에 앉으면 웨이츄레스가 주문을 받는다. 그런데 나는 직접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하고 계산(결제)까지 마쳤기 때문에 테이블팁이 필요 없었던 셈이다. 다행히 한참 바쁜 시간대라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길어 주변을 면밀히 관찰 할 수 있어 알게 된 사실이였다. 지금까지의 삽질로 인한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기분이였다. 럭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카운터에서 미소를 지어준다. 아마도 미녀들의 수다에서 내가 느꼈던 ... 짜식들 귀여운데?? ... 하는 기분으로 나를 봐주는 것 같다. 그다지 싫지는 않은 기분이다. 다만 익숙치 않기에 두렵고, 그로인해 그네들에게 무능력자로 비치는게 아닐까해서 뾰족해 지기도 한다. 사실 이도 따지고보면 나 역시 같은 상황에서 그네들을 그리 생각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성이 있고, 누구나 그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비록 내가 이 나라의 문화의 언어에 익숙치 않다 할지라도 그네들은 문화적으로 관습적으로 이방인들에게 관대한 이들임을 잊을 때가 많다. 자꾸 압박을 느끼니 쪼그라드는 거다. 쫄지말고 발음 팍팍 굴리면서 모르면 배우면서 살아보자. 오늘 식당원정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한가지다.

그러면서도, 나갈때 뭐라고 인사를 하고 나가야하나... 고민했던 SuJae...>_<
SuJae : It was my first lunch at restaurant in NY. it was so strange^^
           but i'm so pleasure for your kindness and delicious foods. thx bye~
카운터 : oh, wellcome to NY and have a goodday!!
라고 상상만하고 조용히 식당을 나오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과묵한 것도 미덕이니 걍 할말만 하고 살자라는 위로아닌 위로를 하면서...

한참 고생을 하고 나오니 어깨가 무겁다. 기껏 무거운 카메라는 들고가놓구는 안절부절하며 사진 한장 못찍었다. 블로그 시즌2를 시작하며 제대로 포스팅 좀 하려고 했는데 사진이 하나도 없다니!! 내일 다시 가서 사진 찍어야겠다 >_<

내일은 더이상 삽질은 없겠지.

PS. 3편도 아마 있을 듯 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