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을 미국에서 맞고자 부랴부랴 떠나온 한국이 비행기에 몸을 실은 후 단 몇시간만에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다름아닌 비행기를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아빠와 놀며 헤맑게 웃던 아들녀석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일 늦게까지 환송을 받고는 더 늦게까지 짐을 쌌다. 그런데다가 비행편이 이른 아침이라 새벽 5시부터 잠을 설쳐가며 공항을 향했기에 비행 내내 잠을 푹 잘 수있으리라 생각했다.
설레임일까 두려움일까, 잠은 오지않고 온갖 상념에 머리가 복잡하다. 홀로 되신 어머니, 드센 아들녀석을 혼자 키울 와이프, 귓가에 아빠 사랑해요를 연발하는 대성이. 어쩌면 나의 빈자리가 남아있는 이들에게는 결코 작은 자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내주는 모든 이들은 나의 길을 축복해주며, 성공을 빌어주는 그네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아빠 미국간다는 말에 "아빠 비행기 타? 우와~"라며 떠나는 순간까지 염장을 지르는 대성이만 아니였다면 떠나는 발걸음이 훨씬 가벼웠을수도...
인천에서 북경을 거쳐 뉴욕을 향해가는 중국국제항공(CHINA AIRLINE)을 탔다. 인천에서 북경을 가는 두시간 반 비행은 비행기가 흡사 우리나라의 국내선과 비슷했다. 심심치 않게 흔들려주는 동체 덕분에 스릴를 느꼈다. 처음가는 북경행인지라 창문자리를 얻었는데, 분명 자리는 창문인데 창문이 없는 좌석이였다. 아놔... 시작부터 꼬이는걸?
새벽부터 서두르는 바람에 아침 식사를 먹지 못했던데다가 실수로 모든 돈을 환전을 해버리는 공항에서 대기하는 동안에 전혀 아무런 요기를 하지 못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런 나에게 가장 큰 관심은 기내식. 9시 30분에 비행기가 떠서 약 한시간 후에 기내식이 나왔다. 바로 샌드위치. 새벽 일찍부터 쫄쫄 굶으며 10시 30분이 되어서야 먹게된 아침 식사로서는 너무나 좌절스러운 메뉴였다 ㅡㅜ 항공편이 국내선 수준이라 그런가보다 이해하려 노력했다.
베이징에 도착해서 두시간 반의 대기 시간.
뭐라도 먹어볼 요량으로 두리번 거렸으나 공항내에서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만 결제가 되는 바람에 다시금 좌절. 앞이 팽팽 돈다. 베이징발 뉴욕행 1시 30분 비행기에서 두시간을 기다린 끝에 기내식이 나왔다. 치킨라이스와 비프라이스, 소양인은 닭고기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던지라 아무런 고민없이 비프라이스를 선택했다. 아... 이제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구나!! 받을 받아 든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흡사 신병 훈련소에서 추위와 배고픔 속에 훈련을 견디다 먹었던 첫 식사의 기억과 오버랩되는 순간이였다.
그러나 역시나 창문이 없는 창문좌석의 비극은 계속되는가? 그저 서너 수저 퍼먹었을 뿐인데 더이상 음식은 남아있지 않았다.
"어익후....장부가 뜻을 품고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안쿠나..."
주린배를 움겨잡으며 승무원에게 한개만 더 달라했으나 거절 당했다. 모닝브래드라도 더 달라며 애절하게 부탁을 했다. 모닝 브래드 두개를 허겁지겁 먹고보니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아 배가 너무 고파도 눈물이 나는군아..."
곧이어 취침 소등.
조금 뒤면 식사를 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왠걸 당췌 밥 줄 생각을 안한다.
여전히 주린 배룰 움겨쥐며 쉬고 있는 승무원에게 가서 언제 밥 주냐고 물었다.
SuJae : "Hi! Miss. What time for dinner?"
승무원 : "1 hour later"
SuJae : "oh i c, thx"
한시간만 참으면 되는구나. 허벅지를 바늘로 찔러가며 허기를 달래보고자 했지만, 911테러 이후 강화된 기내 보안으로 바늘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었다. 망할 놈의 탈레반. 불굴의 인내로 견디는 수 밖에...
한시간이 지났는데 밥을 안준다.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에 또 가서 물어보기도 x팔려 그냥 참았다. 한시간이 더 지난후 조명이 밝아지며 밥을 나눠주기 시작한다. 배고픔에 지쳐 깜빡 잠들었다가 식사를 놓칠뻔했다. 중국국제항공은 잠을 자고 있으면 밥을 안주고 그냥 지나간다. 다른 항공사는 깨워서 밥을 먹여주는데... 무서운 놈들이였다.
비극스럽게도 직전에 먹은 식사와 같은 양이였다. 여전히 배고프다. 히딩크 감독도 아니고, 왜 자꾸 배가 고픈걸까 ㅡㅜ
도착 5시간 전...어떻게든 배고픔을 잊고자 읽기는 싫은데,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을 폈다. 나도 모르는새 잠이 들었다. 역시 이 책은 최고의 수면제!!
움찔하며 잠을 깼다. 승무원이 샌드위치를 나눠주고 있었다. 도착 3시간 전 간식을 나눠주는 모양이였다. 대단한 생존 본능이다. 잠을 자면 그대로 식사를 패스시켜버리는 무서운 승무원들을 상대로 나의 생존 본능이 극대화 됐나보다. 정말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올리고 기쁜 마음으로 먹었다. 이렇게나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기도를 해본지가 언제던가... 하나님 그동안 죄송했습니다ㅡㅜ
입국 수속은 쉽게, 그리고 빠르게 끝났다. 픽업 나온 후배도 제시간에 나와 나를 맞이해줬다. 하머터면 "배고프다!! 밥부터 먹자!!!"라며 그동안 쌓아올린 나의 고고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단숨에 무너트릴 뻔했다. 그러던차에 눈에 띤 카메라. 도착 기념으로 사진을 찍잰다. 15시간 비행을 하고, 씻지도 못하고, 배고픔에 지친 나를 쩍어주겠댄다. oh my God!! 결국 후배의 고집을 꺽지 못했고 사진 찍혔다. 후배가 사진을 보더니 놀랜다. 없었던 걸로 하잖다. 다행이다. 감사했다. 굴욕의 역사는 Delete버튼과 함께 날라갔다.
불행이 겹겹이면 행운도 겹겹이라던가?
이 깜찍한 후배는 그간의 불행에 보답을 해주려는 듯, 밥부터 먹으러 가자고 한다. oh thx God!! 마음과는 달리 차분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아무거나 먹자고 했다. 날 데려간 곳은 바로 중국음식점.
짜장면 하나와 각자 개인요리를 시켰다. 설레는 가슴을 달레며 단무지를 빨고 있는데 짜장면이 먼저 나왔다. 아무래도 개인요리는 시간이 걸리나보다. 홀서빙을 불러 접시를 달라고 했다. 홀서빙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접시를 갖다준다. 아차!! 흡사 모양새가 세명이서 짜장면 한그릇을 나눠먹는 꼴이였다. 굴욕이다 ㅡㅜ
숙소에 짐을 풀었다. 꼼꼼한 와이프는 정말 짐을 잘싼다. 하긴, 내가 그간 돌아다닌게 한두번이 아닌데다가 대부분 와이프가 짐을 쌌으니 그 경지는 가히 경천동지 수준이다.
그런데 내가 싼 짐은 문제 투성이다.
면도기를 넣었는데, 면도기 날을 다른 녀석을 가져왔다=_=
로션은 가져오다가 인천공항에서 뺏겼다.
컨탠트렌즈 식염수는 베이징공항에서 뺏겼다. 참 난감했지만, it's gift for you라며 여유있는 얼굴로 거내줬다.
덕분에 까칠한 얼굴에 로션질도, 면도도, 기껏 준비해간 렌즈는 사용하지도 못한채 긴긴 15시간의 비행을 감내해야했다.
친구들이 처음 뉴욕에 온걸 축하한다고 했다. 웃는 얼굴로 답해줬으나, 여전히 배고프다. 그리고, 속쓰리다.
주일 늦게까지 환송을 받고는 더 늦게까지 짐을 쌌다. 그런데다가 비행편이 이른 아침이라 새벽 5시부터 잠을 설쳐가며 공항을 향했기에 비행 내내 잠을 푹 잘 수있으리라 생각했다.
설레임일까 두려움일까, 잠은 오지않고 온갖 상념에 머리가 복잡하다. 홀로 되신 어머니, 드센 아들녀석을 혼자 키울 와이프, 귓가에 아빠 사랑해요를 연발하는 대성이. 어쩌면 나의 빈자리가 남아있는 이들에게는 결코 작은 자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내주는 모든 이들은 나의 길을 축복해주며, 성공을 빌어주는 그네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아빠 미국간다는 말에 "아빠 비행기 타? 우와~"라며 떠나는 순간까지 염장을 지르는 대성이만 아니였다면 떠나는 발걸음이 훨씬 가벼웠을수도...
인천에서 북경을 거쳐 뉴욕을 향해가는 중국국제항공(CHINA AIRLINE)을 탔다. 인천에서 북경을 가는 두시간 반 비행은 비행기가 흡사 우리나라의 국내선과 비슷했다. 심심치 않게 흔들려주는 동체 덕분에 스릴를 느꼈다. 처음가는 북경행인지라 창문자리를 얻었는데, 분명 자리는 창문인데 창문이 없는 좌석이였다. 아놔... 시작부터 꼬이는걸?
새벽부터 서두르는 바람에 아침 식사를 먹지 못했던데다가 실수로 모든 돈을 환전을 해버리는 공항에서 대기하는 동안에 전혀 아무런 요기를 하지 못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런 나에게 가장 큰 관심은 기내식. 9시 30분에 비행기가 떠서 약 한시간 후에 기내식이 나왔다. 바로 샌드위치. 새벽 일찍부터 쫄쫄 굶으며 10시 30분이 되어서야 먹게된 아침 식사로서는 너무나 좌절스러운 메뉴였다 ㅡㅜ 항공편이 국내선 수준이라 그런가보다 이해하려 노력했다.
베이징에 도착해서 두시간 반의 대기 시간.
뭐라도 먹어볼 요량으로 두리번 거렸으나 공항내에서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만 결제가 되는 바람에 다시금 좌절. 앞이 팽팽 돈다. 베이징발 뉴욕행 1시 30분 비행기에서 두시간을 기다린 끝에 기내식이 나왔다. 치킨라이스와 비프라이스, 소양인은 닭고기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던지라 아무런 고민없이 비프라이스를 선택했다. 아... 이제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구나!! 받을 받아 든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흡사 신병 훈련소에서 추위와 배고픔 속에 훈련을 견디다 먹었던 첫 식사의 기억과 오버랩되는 순간이였다.
그러나 역시나 창문이 없는 창문좌석의 비극은 계속되는가? 그저 서너 수저 퍼먹었을 뿐인데 더이상 음식은 남아있지 않았다.
"어익후....장부가 뜻을 품고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안쿠나..."
주린배를 움겨잡으며 승무원에게 한개만 더 달라했으나 거절 당했다. 모닝브래드라도 더 달라며 애절하게 부탁을 했다. 모닝 브래드 두개를 허겁지겁 먹고보니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아 배가 너무 고파도 눈물이 나는군아..."
곧이어 취침 소등.
조금 뒤면 식사를 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왠걸 당췌 밥 줄 생각을 안한다.
여전히 주린 배룰 움겨쥐며 쉬고 있는 승무원에게 가서 언제 밥 주냐고 물었다.
SuJae : "Hi! Miss. What time for dinner?"
승무원 : "1 hour later"
SuJae : "oh i c, thx"
한시간만 참으면 되는구나. 허벅지를 바늘로 찔러가며 허기를 달래보고자 했지만, 911테러 이후 강화된 기내 보안으로 바늘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었다. 망할 놈의 탈레반. 불굴의 인내로 견디는 수 밖에...
한시간이 지났는데 밥을 안준다.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에 또 가서 물어보기도 x팔려 그냥 참았다. 한시간이 더 지난후 조명이 밝아지며 밥을 나눠주기 시작한다. 배고픔에 지쳐 깜빡 잠들었다가 식사를 놓칠뻔했다. 중국국제항공은 잠을 자고 있으면 밥을 안주고 그냥 지나간다. 다른 항공사는 깨워서 밥을 먹여주는데... 무서운 놈들이였다.
비극스럽게도 직전에 먹은 식사와 같은 양이였다. 여전히 배고프다. 히딩크 감독도 아니고, 왜 자꾸 배가 고픈걸까 ㅡㅜ
도착 5시간 전...어떻게든 배고픔을 잊고자 읽기는 싫은데,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을 폈다. 나도 모르는새 잠이 들었다. 역시 이 책은 최고의 수면제!!
움찔하며 잠을 깼다. 승무원이 샌드위치를 나눠주고 있었다. 도착 3시간 전 간식을 나눠주는 모양이였다. 대단한 생존 본능이다. 잠을 자면 그대로 식사를 패스시켜버리는 무서운 승무원들을 상대로 나의 생존 본능이 극대화 됐나보다. 정말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올리고 기쁜 마음으로 먹었다. 이렇게나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기도를 해본지가 언제던가... 하나님 그동안 죄송했습니다ㅡㅜ
입국 수속은 쉽게, 그리고 빠르게 끝났다. 픽업 나온 후배도 제시간에 나와 나를 맞이해줬다. 하머터면 "배고프다!! 밥부터 먹자!!!"라며 그동안 쌓아올린 나의 고고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단숨에 무너트릴 뻔했다. 그러던차에 눈에 띤 카메라. 도착 기념으로 사진을 찍잰다. 15시간 비행을 하고, 씻지도 못하고, 배고픔에 지친 나를 쩍어주겠댄다. oh my God!! 결국 후배의 고집을 꺽지 못했고 사진 찍혔다. 후배가 사진을 보더니 놀랜다. 없었던 걸로 하잖다. 다행이다. 감사했다. 굴욕의 역사는 Delete버튼과 함께 날라갔다.
불행이 겹겹이면 행운도 겹겹이라던가?
이 깜찍한 후배는 그간의 불행에 보답을 해주려는 듯, 밥부터 먹으러 가자고 한다. oh thx God!! 마음과는 달리 차분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아무거나 먹자고 했다. 날 데려간 곳은 바로 중국음식점.
짜장면 하나와 각자 개인요리를 시켰다. 설레는 가슴을 달레며 단무지를 빨고 있는데 짜장면이 먼저 나왔다. 아무래도 개인요리는 시간이 걸리나보다. 홀서빙을 불러 접시를 달라고 했다. 홀서빙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접시를 갖다준다. 아차!! 흡사 모양새가 세명이서 짜장면 한그릇을 나눠먹는 꼴이였다. 굴욕이다 ㅡㅜ
숙소에 짐을 풀었다. 꼼꼼한 와이프는 정말 짐을 잘싼다. 하긴, 내가 그간 돌아다닌게 한두번이 아닌데다가 대부분 와이프가 짐을 쌌으니 그 경지는 가히 경천동지 수준이다.
그런데 내가 싼 짐은 문제 투성이다.
면도기를 넣었는데, 면도기 날을 다른 녀석을 가져왔다=_=
로션은 가져오다가 인천공항에서 뺏겼다.
컨탠트렌즈 식염수는 베이징공항에서 뺏겼다. 참 난감했지만, it's gift for you라며 여유있는 얼굴로 거내줬다.
덕분에 까칠한 얼굴에 로션질도, 면도도, 기껏 준비해간 렌즈는 사용하지도 못한채 긴긴 15시간의 비행을 감내해야했다.
친구들이 처음 뉴욕에 온걸 축하한다고 했다. 웃는 얼굴로 답해줬으나, 여전히 배고프다. 그리고, 속쓰리다.
'다이어리 > 뉴욕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치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시던 어르신 (8) | 2008.01.26 |
---|---|
[뉴욕 라이프] 미국 식당 도전기(2) (22) | 2008.01.09 |
[뉴욕 라이프] 미국 식당 도전기(1) (16) | 2008.01.09 |
[뉴욕 라이프] 외롭지 않어 - 인터넷 전화 (4) | 2008.01.04 |
[뉴욕 라이프] 새해 첫날, 뉴욕에서 첫날 (4) | 2008.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