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이어리/뉴욕 생존기

네번째 보금자리

뉴욕에 온지 1년 2개월. 네번째 보금자리를 찾아 이사왔습니다. 사실 첫 보금자리는 제가 홀로 와 있던 시절 후배집에 신세를 지고 살고 있었던 것이고, 두번째 역시 지인댁에 가족이 함께 신세를 졌습니다. 실질적을 세번째 집이 저희 가족만의 보금자리였습니다. 여하튼 1년 2개월 동안 세번 이사를 해서 네번째 집을 찾았는데 지금까지 살았던 집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전형적인 미국 하우스 3층을 독채로 쓰는데 방이 두개, 부엌, 화장실겸 욕실이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거실이 없고 출입문이 따로 없다는 점. 그동안 거실이 있으나 마나해서 아쉬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거실이 없으니 가족이 다 따로 놀게 되네요. 다음에 이사할 때는 거실에 대해서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래도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가격입니다. 모든 공과금을 포함해서 800불. 학군이 좋은 위치인데다가 부자 동내여서 안전하기까지 합니다. 부자들 틈에 껴서 좋은 학교에 무임승차하는 셈이지만 나중에 부자가 되면 받은데로 베풀겠다는 마음으로 비비고 있습니다^^; 인터넷까지도 집주인이 쉐어를 해주고 있어서 집세 외에는 아무것도 부담할 게 없습니다. 보통 집세 외에 부담하는 전기세와 히팅(난방비), 인터넷비 등 약 200~300불 정도를 절약하게 됐습니다.

뒷뜰에는 넓은 놀이터가 있고, 주인집 아이가 대성이보다 2살이 많은 8살 누나라 서로 영어와 한국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학교 보조교사라 교육적인 조언도 많이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사를 했으니 대성이 학교도 전학을 해야하는데 보조교사 주인댁 덕에 쉽게 수속을 밟을 수 있습니다.

한국인 이민세대시라 미국 초짜인 저희를 많이 이해해주는 분위기여서 어려울 때 부담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웃이 될 것 같습니다.(일단 입주 조건을 무척이나 좋게 양보해주셨거든요...) 전 집주인은 집 모기지 페이먼트에 시달리며 매달 렌트비로 전쟁을 치르는 통에 고생을 했습니다. 게다가 바쁜 간호사라 집에 문제 제기를 해도 관리가 안되는 어려움이 있었지요.

허리가 아프다는 핑개로 후배 세 녀석을 불러다 이사를 했습니다. 밥값으로만 백불을 썼군요. 그래도 평소 한국음식 먹기 힘든 녀석들이라 큰 마음 먹고 쐈습니다. 몸 꼼짝 않고 편하게 이사하긴 처음입니다. 대성이도 주인집 누나랑 노느라고 깜쭉(?)대지 않아서 더더욱 편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6개월 단위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미국 생활 1년이 지났다고 짐이 부쩍 늘었습니다. 아내는 이제 왠만하면 이사하지 말고 살자고 하는데 다시 수중에 돈이 생기면 집 욕심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작업실과 침실, 넓은 거실이 있는 집, 넓은 화장실(화장실이 넓어서 뭐에 쓰지??!!) 겸 욕실, 작은 정원이 있어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나와서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집을 찾고 있습니다. 물론 렌트비도 싸야겠지요 ㅎㅎ

호사다마라, 좋은일 뒤엔 나쁜일이 있다고 하는데 반대의 경우도 있는 모양입니다. 앞으로 적당히 좋은일과 적당히 나쁜일만 생겼습니다... 그리고, 환율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