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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파산과 감원 등으로 직장인이 고달파지고 있습니다. 한 지인은 '일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고백(?)할 정도입니다. 미국회사에서 매니저급으로 직원 관리를 맡고 있는 그로서는 실업급여 지급조차 힘들어 적당한 해고 사유를 찾아 동료를 짤라아하는 심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한때  H비자를 소지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자국 직원보다는 외국인을 위주로 해고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몸을 한껏 사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매우 설득력있는 루머였던터라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이죠.

해고를 당하면 재취업이 일단 가장 걱정입니다. H비자를 가진 사람들은 비슷한 조건을 가진 근무처 찾기가 무척 힘든게 가장 큰 문제죠. 일정 기간 취업을 하지 못하면 비자가 취소되고 한국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돈 문제보다 더 심각합니다.

지인의 고백이 아니더라도 요즘같은 때는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게 사실입니다. 경기는 '꽁꽁'얼어 붙어 돈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데다가 고용이 이뤄져야 하는 곳에서는 싼 노동력을 찾거나 한 사람이 두가지 일을 부담하게 한다거나, 때로는 주인들이 직접 업무에 뛰어들어 고용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 아내는 석달전에 직장을 다니다가 불과 한달만에 짤렸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가족이 나와 일을 하기로 했다나요. 제 주변의 여러 사람이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영세한 사업체의 경우 인원 감원의 기준이 매우 명백합니다. 한명을 해고하면 남은 사람이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즉 해고의 기준이, 'ㅇㅇ를 짜를껀데 당신이 그의 일을 같이 할 수 있느냐?'라는 것인데, 이럴경우 오랫동안 함께 일있던 동료들끼리 서로 상잔이 되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사업체가 불황으로 문을 닫는 경우, 차라리 사업주가 바뀌는 정도라면 어떻게든 같이 갈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폐업인 경우 앞이 캄캄합니다. 한곳이 폐업을 하면 다른 곳이 오픈하기 마련인데, 요즘은 그렇지가 못하니까요.

자영업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한인사회에서 경기침체는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영어가 서툴러 한인 타운에만 머물러야 하는 한인이 절대적으로 많은데 경기침체는 즉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요즘은 오히려 업주가 다른 사업체에 취직해 생활비를 벌어야하는 상황까지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인 사회의 극도로 단순한 업종구성이 낳은 폐해입니다. 안되는 장사가 있으면 잘되는 장사가 있어야하는데, 이 곳은 그렇지 못합니다. 비슷한 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잘되도 나눠먹기, 잘 안되면 제살깍아 먹기가 태반입니다. 지금같이 극심한 불황에서는 정말 대책이 없습니다.

덕분에 단순직 한명 뽑는데 40~50명이 찾아오는 진풍경을 보기도 합니다. 학사는 물론, 석사에 전문직 종사 경력자까지 단순직 하나를 잡기 위해 찾아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와지고 자칫 큰 사고로 번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특히 가정불화가 심히 염려되는 상황입니다. 좋은 쪽으로는 이런 때일수록 가족이 똘똘뭉쳐 이겨내는 영화의 한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희도 지금 사는 곳보다 더 싼 곳을 찾아 이사를 합니다. 오히려 지금 사는 곳보다 더 조건이 좋은데 값싸게 나오는 바람에 후다닥 결정을 해버렸습니다. 더 좋은 곳에서 더 싸게 살게 됐으니 전화위복이 된 셈이지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전화위복'이 생기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그저 요즘같은 때는, 일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