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은행도 아닌 체이스(Chase)은행에서 메일 한통이 왔길래 신용카드 만들라는 권유로 생각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뜯어본 봉투 안에는 $100짜리 수표(Check)가 들어있더군요. (미국은 현금 대신 수표를 통화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 이건 또 무슨 신종 사기야?
2. 낚시 아냐?
3. 이 새X들이 미쳤나?
솔직한 심정으로 '밑져야 본전, 일단 가보자.'라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습니다. 돈 놀이하는 은행에서 돈을 주고 통장을 만들라고 할리가 없기 때문이죠. 십중팔구 미국을 잘 모르는 초짜들만 노리는 전문 사기꾼이려니 싶었습니다.
아니면 광고 전단지인데...한국에서 만원짜리 지폐모양을 한 광고지를 몇번 본적이 있어서... 혹시나 뒷면을 보니 '찌라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동봉된 내용을 곰곰히 읽어보니 정말 은행에서 날린 편지가 맞습니다. 후배에게 물으니 체이스뱅크가 이런식으 프로모션을 자주 한다고 하는군요. 추천인을 통해 계좌를 열먼 추천인과 고객에게 각각 $50을 주기도 했다는군요.
요즘같은 불황에 $100이 어디냐싶어 낼름 은행으로 달려갔습니다. PB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니 이런 프로모션이 결코 손해만은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계좌를 열때 $100을 입금합니다. 이때 프로모션으로 받은 체크도 같이 입금하는데 이 체크가 현금화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일에서 15일. 그 동안 입금한 $100은 인출할 수 없습니다. 즉 최소 10일, 길게는 15일간 $100불이 묶이는거죠. 은행 입장에서는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체이스뱅크에는 Free Checking계좌가 없습니다. 매달 $6의 계좌유지비가 들어갑니다. 단, 한달에 5번 ATM카드를 이용하면 면제됩니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100라는 현금이 확보되고, 장기적으로는 계좌유지비와 월 $6의 계좌유지비를 아끼기 위한 계좌 이용이 늘어나면서 두루두루 현금흐름이 확보되는 것입니다. 고객 정보를 활용, 전략적으로 다른 상품을 판매할 수 있으니 결코 마이너스 프로모션만은 아닙니다.
최근 체이스은행이 주택모게지 1위 은행이였던 WAMU(워싱턴 무추럴)을 하면서 미국 1위 은행으로 등극했습니다. (6개월 내에 WAMU간판은 모두 사라집니다. 어마어마한 대량 해고가 ㅡㅜ) 엄청난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현금을 내주는 영업을 하는게 의아하지만, 한국과는 기본적으로 시장 규모가 워낙 다르니 무조건 출혈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입니다.
나라 경제가 어떻고, 은행 사정이 어찌됐건, 복잡한 계산을 접어두고...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름만 있으면 꽁돈 $100이 들어온다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일이지요. 꽁돈을 먹은 댓가로 계좌유지비 $6을 아끼기 위해 주거래은행을 체이스로 옮겨야할테고, 앞으로 체이스뱅크로부터 많은 광고메일을 받아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일단은 앞으로의 불편함보다 내 손의 $100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ㅎㅎ
여하튼 은행에서 돈 넣고 돈 먹기라니...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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