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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국 서부

모뉴멘트 밸리@크리스마스

가슴이 떨려옵니다. 나바호 인디언의 성지 모뉴멘트 밸리(Monument Valley)에 드디어 발을 디뎠습니다. 어떤 곳이기에 성스러운 곳 '성지'라고 불리는 것일까요. 모뉴멘트 밸리는 서부 개척사에서 슬픈 기억을 품고 있는 황량한 땅입니다. 한마디로 사람 살 곳은 못 되는 곳입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옥토 하나 보이지 않는 황무지이지만, 나바호족에게는 '성지'라 불리며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그들의 조상들이 오랜세월 거룩한 의례 제사를 지내던 장소입니다.

외지인에게는 서부영화서나 봤던 삭막한 황야입니다. 실제로 헐리웃의 거장 존 포드 감독이 이곳에서 아파치 요새, 역마차 등을 촬영했습니다.

모뉴멘트 밸리는 나바호의 성지(聖地)이다보니 관광객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습니다. 입구에서 약간의 거리까지는 직접 다닐 수 있지만 나바호족 가이드를 동행해야만이 성지순례(?)가 가능합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오픈카(?)를 선택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단지 왜 만발의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자책이 있을 뿐. 얼굴 피부가 울긋불긋해지는 후유증에 시달리기 싫으시다면, 겨울철 방문시에는 반드시 월동장비를 갖추고 오세요. 아니면 사진을 포기하면 간단합니다^^;;

붉은 빛이 감도는 거친 황야를 4륜구동 오픈카를 타고 달려봅니다. 건조한 날씨 탓에 흙먼지가 흩날리지만, 피부에 좋은 머드팩이라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갑니다. 

나바호 가이드가 안내하는 첫번째 포인트는 영화 촬영지입니다. 일명, 존 포드 포인트. 이곳에서는  세명의 수녀가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닮은 세자매상을 볼 수 있습니다. 세 수녀님의 배치가 Welcome의 W를 닮아 첫 방문지로도 잘 어울리지요^^

2달러만 내면 말을 탄 나바호족이 멋진 포즈를 취해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저 자리는 붉은 옷을 입은 현대인(가이드님 죄송합니다^^;;) 보다는 말 탄 나바호가 더 잘 어울릴텐데 말이죠. 아쉽지만,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시간 관계상 패스. 말탄 나바호가 연출되면 왠지 멀리서 역마차도 달려오는 장면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ㅎㅎㅎ

한켠에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영웅 제로니모의 깃발이 나부낍니다. 아파치족였던 제로니모는 침략자 백인에게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벌였던 마지막 원주민 전사입니다. 그의 죽음으로 200년간 치열하게 이어졌던 아메리카 원주민과 백인과의 전쟁은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그는 죽으면서 "나의 애마에 안장을 얹어서 나무에 묶어놓도록 해라. 그러면 내가 육신을 벗고 나서 사흘 후에 그 말을 데리러 오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모뉴멘트 밸리 안에는 그네들의 삶을 지키며 살아가는 나바호도 있습니다. 소와 양을 치며, 호간을 짓고 전통의 생활을 이어 살아갑니다. 우리가 흔히 인디언이라 부르는 네이티브 아메리칸은 한국인과 같은 혈통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얼굴 생김세 뿐만 아니라 언어적인 면까지 유사한 점이 많타고 하는데요, 생활문화적으로 비슷한 게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이 진흙으로 지어졌던 것 처럼 이들도 진흙으로 집을 짓습니다. 이름도 '호간'입니다. 우리나라 '헛간'과 비슷한 발음이지요. 모양을 보면 시골에서 볼 수 있는 '헛간'과 비슷합니다. 

자, 이제 진짜 성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곳곳에 우뚝 솟아있는 붉은 기둥과 절벽 보는 재미에 추위가... 그래도 정말 춥습니다 ㅠ.ㅠ 하지만, 대자연의 정령들이 보고 있기 때문일까요. 왠지 마음에 들뜨기 보다는 거룩한 마음이 듭니다. 

<손꾸락 바위. 대정령의 손가락을 닮은 것일까요?^^>


붉고 거친 황무지길을 지나 나바호의 수장들이 하늘에 기원을 드렸던 태양의 눈(Sun's Eye)에 도착합니다.

눈매뿐만 아니라 긴 속눈섭까지도... 나바호의 신은 속눈섭이 참 아름다우십니다. 네, 농담입니다.

 
이곳 벽에는 벽화도 남아있습니다. 수렵과 목축, 담배와 부러진 화살 등  그들의 삶이 유추할 수 있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사진이 좀... ㅠ.ㅠ)


마지막 코스인 빅호간(Big Hogan)은 쉽게 잊혀지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치 집에서인양 편안히 누워 나바호의 연주를 들으며 대자연을 느껴봤던 그 시간. 이른 아침부터 종횡무진 여행지를 누비며 느끼던 피곤이 싹 달아나는 느낌입니다.


오늘의 여행 일정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뉴멘트 밸리는 기대했던 것 보다 훨신 더 아름답고 멋진 장소입니다.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입니다. 일행 중에서 벌써 4번째 방문했다는 분도 계셨고, 대부분이 꼭 다시 찾고 싶다고 다짐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아름답고도 역사가 숨쉬는 모뉴멘트 밸리, See you again. I'll miss you so m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