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미국 서부

천년고목과 기암의 요람, 요세미티를 가다



요세미티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표현이 무엇일까 생각 해봤습니다. 웅창한 숲, 거대한 기암(奇岩), 곧게 뻗어 자라는 거대한 세퀘이아(Sequoia) 나무들... 이를 다 합쳐서 '압도적인 자연의 경이로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떤 숲에서라도 볼일(?)을 볼 수 있었는데, 이곳 요세미티에서는 길 외의 공간에는 감히 그림자만이라도 닿기 두려울 정도로 거대한 자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스엔젤레스(LA) 코리아타운에서 무려 6시간을 달려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공원 입구는 여러곳에 있는데 이곳은 LA에서 5번 프리웨이로 달린 후 41번 국도를 통해 진입하는 입구입니다.

어딜가나 늘 그렇듯이 첫 관문은 '입장료'를 내는 곳이지요. 차 1대가 지나가려면 미화 20달러가 필요합니다. 1주일 이내에는 다시 한번 방문이 가능하다고 티켓에 명시되어있군요. 차량이 아닌 도보로 입장을 하게 되면 1인당 미화 10달러가 필요합니다.

이날 요세미티에서의 첫 목적지는 마리포사 그루브(Mariposa Groove of.Giant Sequoia)입니다. 참고로 국립공원 안에서 주요 거점(볼꺼리)는 모두 자동차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주차도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단순한 관광을 목적으로 한다면 차를 이용하세요. 


마리포사 그루브 입구입니다. 마리포사(Mariposa)는 스페인어로 나비(Butterfly)라는 의미이고, 그루브(Grove)는 우리나라 말로 '숲'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입구에서부터 쭉쭉 뻗은 세쿼이아(Sequoia)가 분위기를 잡습니다. 표지판 크기가 어른 허리 높이정도니, 전체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대충 가늠이 되지요?


자동차와 비교해도 그 두께와 높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른 둘이 둘렀싸도 팔이 다 자라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세콰이어 숲 구경은 일단 이정도로 하고, 본겨적인 투어를 떠납니다.

일단 공원 내부에서 자동차로 다녀도 20~30분씩은 이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충분히 개스(휘발유)를 채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요세미티 공원 안에도 주유소가 있지만 그 가격이 바깥보다 상.당.히. 비쌉니다. LA에서 갤런당 $3.7정도하는 개솔린값이 이 곳에서는 $4.4에 달했습니다. 공원에 들어오기 전 고속도로에서 기름은 꽉꽉 채워서 들어오세요.


그림같은 길을 달리다보면...나무보기가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유난히 적응이 빠른터라 아름드리 나무도, 웅창한 숲도 자꾸 보니 금방 질려버리더군요. 그래도 열심히 사진을 찍습니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다'라는 만고의 진리를 알기 때문이죠.


강원도 한계령과 비슷한 분위기의 꼬불랑길을 달리고 있는데 신비로운 분위기의 숲이 나타납니다. 시간은 대낮인데, 짙은 안개가 스믈스믈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요상한 분위기는 바로 '산불'때문입니다. 다행히 큰 화재는 아니였는지 금방 진화가 됐지만, 이 덕분에 140번 국도가 폐쇄되어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는데 큰 지장을 받고 말았습니다. 


 
다시 달립니다. 휫바람을 불며, 강산애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흥얼거리며 동행하는 사람들의 고막을 괴롭히고 있던차에 돌발사태가 발생합니다. 

 
여우같이 보이는 동물이 관광객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망원렌즈(200mm) 망실(ㅠ.ㅠ)로 55mm로 땡겨 찍었습니다. 대충 여우 비슷하게 보이지요? 지나가던 차들이 모두 서서 사진을 찍는데 도무지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겁을 상실한건지, 이곳 짐승들이 겁이 없는 것인지..

아, 그리고 이곳 요세미티에서 정말 주의해야 할 동물은 '곰'입니다. 공원 안내에도 자세히 나와있지만, 야영을 하거나 트랙킹을 할 때 곰의 주의를 끄는 행동은 절대 자제해야 합니다. 곰이 좋아하는 음식물을 방치하는 것도 위험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지금 달려가고 있는 곳은, 요세미티의 명물이라는 폭포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글래셔 포인트(Glacier Point)'로 가는 길입니다. 해발이 얼마나 되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꽤(-_-;) 높은 것 같습니다. 교통 체증이 없이도 한참(대략 20분)을 달려야합니다.

높은 지대로 가니 또 하나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공원 입구에서 글래셔포인트로 가는 길 중간에 폭포와 하프돔을 구경할 수 있는데, 스크롤의 압박으로 일단 패스합니다^^;


글래셔 포인트에는 요세미티 지형을 조사하기 위해 오래전에 만들어 놓은 오두막(Hut)이 있습니다. 거창하게 꾸며놓거나 볼꺼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가장 높은 곳에 있으니 꼭 올라가보시길.


 

 
정중앙에 있는 큰 바위(?)가 하프 돔(Half Dome)입니다. 그 좌측에 움푹 패인 곳이 요세미티 밸리이구요. 글래셔 포인트에 올라오는 이유는 하프돔과 요세미티 밸리, 배널폭포(Varnal Fall, 97m)과 네바다 폭포(Nevada Fall, 181m)를 위에서 내려다보기 위해 오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래에 짧은 녀석이 배널(Varnal) 폭포, 위에 긴 녀석이 네바다(Nevada) 폭포입니다. 8월에는 수량이 적어서 별볼일이 없습니다. 한겨울 쌓인 눈이 녹기 시작하는 5월부터가 수량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번 여행에 동행했던 D양은 폭포 아래에 다녀오고는 얼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예상보다 더 폭포가 불품없었기 때문이죠.


하프돔의 절단면이 참 신기하죠. 무협지에 나오는 절세고수가 바위를 매끄럽게 깍아놨다고 말하면, 무협 매니아들은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실 줄로 믿습니다 :) 그 아래 요세미티 밸리 지형이 펼쳐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서, 다시 아래로 더 내려가면 요세미티 밸리에 도착합니다. 약 30~40분 가량은 이동해야 합니다.

힘들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하는 귀찮음 때문에 평소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데..(등산 애호가분들 죄송합니다 ㅠ.ㅠ).. 요세미티 밸리를 보기 위해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다시 온길을 되돌아갑니다. 터널을 지나자마자 요세미티 밸리의 전경이 펼쳐집니다.




위에서 내려다볼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니다. 거대한 화강암과 빽빽한 숲이 사람들을 압도합니다. 글래셔 포인트에서는 절경을 감상하고, 요세미티 밸리에서는 거대한 자연을 체감합니다.

다시 차를 타고 요세미티 빌리지로 갑니다. 가는 길목에 암벽 등반가의 꿈이라는 엘 캐피탄(El Capitan)을 지나칩니다. 반대쪽면을 찍었어야했는데 깜빡 잊었네요 ㅎㅎ;;



요세미티 빌리지는 공원내에 숙박시설이 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이곳 외에도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 정해져있습니다만, 요세미티의 절경이라는 폭포들을 감상하기에는 이곳이 가장 가까운 숙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날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으나, 시간이 늦어 캄캄해지는 바람에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동분서주란... 길을 잃어 이곳 저곳을 헤멤..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ㅠ.ㅠ) 다행히 일행들은 폭포 아래까지 가서 구경을 했으나, 수량이 적어 실망만 하고 왔다고 합니다. 정말 다행이었죠. 

LA에서 이곳까지 6시간을 이동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요세미티를 구경한 시간이 대략 6시간입니다. 짧다면 무척 짧은 시간이지만, 공원 내부가 이동이 용이하도록 되어 있어 알뜰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요세미티 여행의 백미는 '트랙킹'이라고들 합니다. 우리말로 굳이 옮기자만 산행(山行) 또는 등산 정도가 될텐데, 웅창한 산림을 걸으며, 자연의 웅장함을 한껏 느끼고 호연지기를 한껏 키우고 나오는 것도 좋겠습니다.

해가 지니 별이 뜨는데,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지만(기술 부족으로...)  그 아름다움 역시 말로 표현할 길이없을 정도로.. 끝내줍니다 :)

주요 코스에는 트레일이 있어서 편하게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관광객의 차를 제외한 공원내에 모든 차량은 하이브리드 차량입니다. 환경오염을 최대한 줄이려는 관리 측의 노력이겠지요.
 



마지막으로, 함께갔던 K양과 C양.. 난 지금까지 너희가 사무실에서는 이렇게까지 활짝 웃는 걸 도.무.지.본 적이 없구나. 일을 할 때도 이렇게 즐.겁.게. 웃.으.며. 일해보지 않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