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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팔불출일기

부모의 마음-어머니에 대한 단상

요즘 한달에 두번, 적어도 한번은 꼭 고향집에 내려와 어머니를 뵈는데 부쩍 당신이 늙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54년 말띠이신지라 그다지 많은 나이도 아닌데 말이죠. 여전히 굳센 자존심과 생활력으로 사회생활을 해나가고 계시고, 동내에서도 알아주는 왕언니로 활약하는데도 제게는 자꾸 늙어만가는 '어머니'로 느껴지네요.

문득 옛일이 생각납니다.
제가 어릴때 자주 병 앓이를 했습니다. 체질적으로 약한 체질이라나요? 산삼도 먹어보고 좋다는 약은 다 먹어본 것 같습니다. 그런 덕분에 잔병치레는 사라졌지만 고질적으로 연중행사격으로 한번씩 큰병치레를 하게 되었습니다. 잔병치레를 하는 때마다, 연중행사(큰병치레?)를 치를 때마다 어머니는 당신이 첫아들을 가졌을 때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거라면서 자책하시곤 했습니다. 몸도 약하셨던데다가 10달 내내 입덧을 하며 고생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사실 당신이 고생하신게 당신 잘못이 아니요, 제가 몸이 약했던 것도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자책하는 모습이 싫어 초등학교 5학년부터는 아퍼도 아픈 내색을 하지 않곤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어머니께 일부로라도 아프다고 약 좀 하나 지어달라며 졸르곤 합니다만...

이제는 부모가 되어서 보니 부모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자식을 보는 엄마와 아빠의 마음이 같을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어머니의 자책'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어릴때는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내가 아픈데 왜 자꾸 엄마 잘못이라고 하나...'하고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그런 마음이 듭니다. 대성이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내가 잘했어야하는데...'하고 말이죠. 이러한 부모와 자식간에 관계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희생 그리고 그에 대한 감사가 있다면 요즘 부모와 자식간에 벌어지는 사회문제는 더이상 있을 수 없겠죠.

오늘 어머니의 지역문화행사 '국악난타' 공연을 촬영하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었음에도 제껴두고 내려온 것을 보면 저도 이제 철이 좀 든 모양입니다. 제가 어릴때 가졌던 꿈,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꿈... 바로 '난 우리 아빠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라는 꿈이 제 아들 대성이에게도 전해진다면 적어도 제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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