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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팔불출일기

아이 때문에 미국에 살고 싶다.

요즘 뉴욕 동포사회에는 불법체류자(불체자) 단속이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뉴욕 옆동네인 뉴저지에서 경찰이 가정집에 들이닥쳐 불체자를 연행해갔고, 도시 곳곳에서 불심검문을 통해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법체류를 하면서까지 미국에 있고 싶은 이유는 굉장히 많을테지만 단연 아이 교육 문제가 많습니다. 그런 덕분에 학군이 좋다고 소문난 곳에는 항상 한국인들이 터를 잡고 있습니다. 꼭 교육 문제가 아니더라도 아이 때문에 힘든 미국 생활을 선택한 부모도 무척 많습니다.

네. 저도 아이 때문에 미국에 살고 싶은 사람 중 하나입니다. 물론 해외 주재원 자격으로 나와 있구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아들이 조금 부족합니다. 조금 모자라다고 해야하나요? 3월 5일이면 7살,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갈 나이인데 아직 말을 못합니다. 큰 돈을 들여서 검사를 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드믄 에디슨형 천재라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너무 넘쳐서 모자란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리 못나도 중간은 가야하는 우리나라의 풍토에서 제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아내는 이런 아이를 하루에 두시간 씩 붙잡고 가정교육을 합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어울리는 사회 훈련, 집에서는 학습 훈련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해서 말이죠. 그러다보면 진도가 안나가는 아이를 보면서 너무 답답하고 화도 나서 눈물 짓기도 아내를 보곤 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1년을 해온 덕분에 한두문장 정도의 대화는 가능해졌습니다. 여전히 '대화'라 할 수 없는 의사소통만이지요. 이제 곧 3월 5일이면 아이의 7번째 생일이로군요. 사정이 이러다보니 둘째는 차일피일 미루다 아이가 7살이 되어 버렸네요.

그런 특이한(이라고 쓰고 특별한이라고 읽는)아이가 자라면서 받을 시선, 그것을 아이가 잘 견딜 수 있을런지... 그것이 아이에게 좋지 않을 영향을 끼칠까 두렵습니다. 미국은 그런 시선이 없어 참 좋습니다. 장애인도 대중교통과 공공시설을 이용하는데 전혀 지장 없게 되어 있을 정도로 배려가 잘 되어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모자란 사람이라 하지 않고 '처한 환경이 다른 사람'으로 바라봐 줍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에 타게 되었는데, 버스 차체가 낮아지더니 버스기사가 직접 그 장애인을 태우고 장애인석 의자를 치워 휠체어를 고정시켜줍니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도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나, 운전기사, 기다리는 승객 그 누구도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농담까지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눕니다. 미국에 와서 이런 관경을 서너번 봤는데 얼마나 가슴이 훈훈해지던지... 버스 시설도 시설이려니와 버스 기사의 철저한 서비스, 승객들의 협조. 삼박자가 너무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만족하고 살수 있는 이런 분위기가 부럽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배려해주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분이기가 좋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고, 모자란 사람이 외면 당하는 우리네 정서가 아쉽습니다. '너무' 특별한 제 아이가 정 맞는 꼴도 못보겠고, 특별하기 때문에 모자란 아이로 취급 받는 것은 더더욱 제 스스로 못 견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능력이 닿는한 아이를 미국에서 키우고 싶습니다.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잘나면 잘난대로... 그 생긴대로 살수있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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