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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블로거/블로깅 이야기

블로거와 뉴스, 그리고 언론

블로그는 1인 미디어로, 즉 언론으로서의 역할에 관심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블로깅 초반에 그에 대한 생각을 했고, 지금은 BlogNewsLine이라는 별도의 운영하며 모호했던 블로그 뉴스에 대한 개념을 잡아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블로그 뉴스에 대해 기획을 할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바로 아거님 블로그에서 읽은 바 있는 상어 배에 붙은 빨판 상어라는 포스트입니다.
상어 배에 붙은 빨판 상어-아거 <분문 발췌>
1. 블로거들은 거의 취재를 하지 않는 대신에 주류 언론에 편승하는데, 이는 마치 상어배에 붙어 (찌꺼기를 뜯는) 빨판 상어라고 보면 된다.
Nurse Shark With Remoras
2. (블로그를 논할 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질(quality)”이다. 매우 나쁘며 (awful) 수많은 신도들을 거느리는 많은 블로그들도 끔찍할 정도로 형편없는 글을 쓴다.
3. 블로그의 포스트는 불필요하게 횡설수설하는 (uselessly logorrheic)경향이 있다.
4. 블로그 포스트의 주장은 유아독존(唯我獨尊)적이다 (arguments are solipsistic)
5. 복잡한 것을 피한다.
이 글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조셉 라고(2005년 다트머스 졸업)라는 23세의 신참 기자가 블로그계를 조롱하는 의견 칼럼의 일부입니다. 조롱성 글이기는 하지만 블로거라면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첫번째...빨판상어에 비유한 블로거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잘 살펴보면,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신문기사가 주는 내용들을 기반으로 포스팅을 하고 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어 배에 붙은 빨판 상어 같죠. 포스팅의 모티브도 신문과 방송에서 찾고, 본인 의견에 대한 근거나 자료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찾습니다. 일부 비슷한 주제를 갖고도 독자적인 자료로 더 뛰어난 글을 쓰시는 블로거분들도 계십니다만, 절대적 소수입니다.

절대적 다수가 신문이나 방송의 내용에 근거해 블로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언론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을 근거로 포스팅한 블로그의 존재는 과연 무엇이 되는 걸까요? 또 한가지, 스스로 1인 미디어/언론이라 칭하면서 타 언론사의 기사를 근거로 언론의 역할을 하는 것은 스스로 짝퉁 미디어가 되는 행위가 아닐까요?

지금도 올블로그 등의 메타 블로그를 보다보면 포털 뉴스에서 인기 기사를 중심으로 재빠르게 포스팅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조금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본인의 의견을 가득 어필해서 포스팅 합니다. 그리고는 '뉴스'라는 타이틀을 달아 놓습니다. 과연 뉴스 맞나요? 차라리 뉴스 비평이라고 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언론을 비난하고 언론개혁을 외치는 블로거가 오히려 언론의 주제를 말하고, 언론의 기사를 근거자료로 씁니다. '남이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멘스' 심뽀인가요? 게다가 애드센스는 얼마나 큼지막하게 달아놨는지, 본문 보기도 거북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뉴스는 포털의 이슈나 실시간 인기어 중심이다보니 그 블로그의 저의가 의심되기도 합니다. (일단, 애드센스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의 블로그가 미디어로서 힘을 가지려면, 속보성 보다는 기획성 탐사 보도에 더 힘을 실어야 할 것입니다. 어줍잖은 속보성 보도는 기존 언론에서 행하는 '시스템에 쫓겨 구조악적으로 발행되는 무책임한 기사'와 다를것이 없을 뿐더러, 그나마 기존 언론에 근거한 기사라면 기껏해야 스팸 포스팅이 하나 느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을테니까요.

블로그의 수익 모델이 생겨나면서부터 기존 미디어들이 가지는 딜레마를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수익을 위해서는 독자를 확보해야하고, 독자를 확보하자니 언론으로서의 사명감보다는 상업성에 치우치게 되는 것이죠. 어쩌면 블로그의 수익성은 블로그를 상업성이 찌들어 순수한 1인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상실캐하는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최민수씨의 대부업 광고 출연에 대한 질타 포스팅인데 떡하니 본문에 걸린 애드센스에 대부업 광고가 뜹니다. 그리고는 앗 대부업 광고가 뜨는군요 헤헷..이런 식의 변명이 올라옵니다. 말 그대로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멘스죠.
 
블로그가 주류의 문화로서, 주류 미디어로서 자리를 잡으려면 지금의 언론은 할 수 없는 초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언론은 이미 거대한 기업으로 수익이 없이는 존재 할 수 없지만, 우리 블로거는 순수성을 간직해도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더 신뢰를 얻어야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아마 조셉 라고라는 WSJ의 기자는 70%에 달하는 개념모호의 블로그를 보고 이런글을 썼을지도 모릅니다. 수준이 상위에 속하는 블로거의 글을 많이 봤더라면 저렇게까지 극단적인 의견을 내지 않았겠죠. 그런데, 저 역시도 요즘 블로깅하다보면 조셉 라고 기자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때가 많습니다.

어쩐지 글이 결국 문제는 애드센스다...라는 식의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조셉 라고가 지적한 '횡설수설한다'라는 지적이 제게 맞아 떨어지네요^^; 제가 쓰려고 했던 의도는 빨판 상어식의 1인 미디어가 아닌, 기존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주제와 시각의 글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 블로깅 초기의 초심을 기억하자.
▲ 먹고 살자고 블로깅 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상업성에 찌들지 말자.
▲ 언론을 근거로 한 속보성 포스팅은 스스로 스팸 블로거임을 자처하는 길이다.
(아무리 본인의 의견을 어필해놨더라도 그건 뉴스가 아니죠. 비평이나 소감이 맞을껍니다.)

덧) 왠지 요즘 성격이 많이 까칠해진 느낌입니다;;


이 글의 부족함을 느끼고 새롭게 정리해서 포스팅 했습니다. 이 글의 댓글은 참조하시더라도 이후의 댓글은 새로운 포스트에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론에 기생하는 스팸 블로그와 뉴스의 확대 재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