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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소소한일상

리얼스토리 - 눈물 젖은 주먹밥

잠깐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모처럼 늦잠을 잘 수 있는 주일이건만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환한 불빛에 이끌려 이불 밖으로 나오고 말았습니다.

후배가 본인 생일이라고, 교회에 식사 봉사를 하고 싶다며 밤새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준비하길래 밤 새도록 준비를 하나 싶었는데 듣고보니 '주먹밥'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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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바닥에는 '밥인듯 보이는 덩어리' 두개가 큰 그릇에 담겨져있습니다. 주먹밥을 준비하는데 밥을 자꾸 실패하는 바람에 새벽 4시까지 뜬 눈으로 지세운 것이였습니다. 밥인듯 보였던 두덩리는 바로 '실패한 밥'이였지요.

타향에 나와 생일을 맞이하면서 얼마 없는 한국인 동료들에게 정성을 다해 식사를 준비하는 그 후배의 정성에 다시 잠이 들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새로 사온 쌀은 밥을 실패하는 바람에 이미 반이나 소진되어 있는 상황이였고 시간 역시 그다지 넉넉하게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긴급 SOS를 통해 간신히 밥을 완성하고는 둘이 앉아 열심히 주먹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요령이 없어 그런지 주먹밥이 아니라 주먹떡이 되더군요. 게다가 간이 맞지않아 '김'을 투입시켜 맛을 냈습니다.

그렇게 주먹밥을 완성하고 교회를 향해 떠나는 그 후배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밤을 지세웠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타나요? (그러나 그는 교회 반대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몸을 싣고 잠이 들어버렸다고 합니다=_=;)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고 드디어 식사를 나누는 시간. 모두가 맛있게 먹는 모습에 음식을 준비한 두 남자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 리얼스토리 : 눈물젖은 주먹밥편 끝

<후기>
1. 이 녀석이 남기고 간 덜떨어진 밥 덕분에 하루종일 볶음밥만 해먹고 있습니다.
2. 설익은 밥으로 해먹는 누릉지튀김도 맛있더군요.
3. 앞으로 몇일은 저 두덩어리를 소진시키는데 도움이 될만한 요리(?)만 해먹게 될 것 같습니다.
4. 이 녀석이 Where is Freedom Woman?의 주인공이라고는 차마 말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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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짤방 : 브루클린 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