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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야기/기획자는 괴로워

만물박사 기획자

"상품기획" 과장이라는 타이틀로 한 중소기업에 들어와 있습니다. 신문사에서 폼잡고 실장이라는 직함으로 있을 때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직급이 상당히 낮아진터라 분위기 파악에도 노력하고 있구요, 나름대로 회사 분위기는 좋아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월급이 적은 것 빼고 다 좋아요=_=; 월급이 적은 것도 머... 상품기획은 처음이니 나름대로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기획하고 있는 UREN 차기 모델을 대박 내서 보너스를 두둑히 챙겨야겠다라는 생각뿐입니다. 으하하~ 
아참.. 기획 파트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무진장 바뻐서 블로깅을 못하는 건...정말 큰 불만입니다 ㅠ.ㅠ

이 회사는 이전까지는 PC메인보드 기술을 기반으로 대기업 OEM/ODM을 하다가 작년에 UREN이라는 자체 브랜드의 UMPC를 내놨습니다. 저는 바로 UREN의 두번째 모델을 기획하고 있죠. 이노웰(Innowell)이라는 회사입니다.

머..회사 홍보를 할 생각은 아니구요^^; 본론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전 항상 쓸데도 없는 서론이 길어서...)

어느 직종이나 기획이라는 직무는 샌드위치 신세인 것 같습니다.
전에는도 개발자와 경영진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하게 영업부와 개발부 사이네요. 하하... 아마도 저의 최종 진화 형태는 박쥐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획자라고 하면 폼 나죠?
자기가 잘만 하면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직무입니다.
제가 짬(밥)이 되는 기획자라면 여느때처럼 큰소리 치면서 일하겠는데, 입사한지도 얼마 안된데다가, 상품기획은 처음하는 일이라는 자격지심에 다소 소심해있긴 합니다. 덕분에 공부한답시고 블로깅도 못하고 말이죠.

지금까지 제가 해본 기획으로는 전략기획, 웹기획, 서비스기획 입니다. 홍보하고 마케팅은 맛만 봤군요. 25살때부터  기획이라는 직무를 맡아서 했으니 7년차 기획자입니다.
7년차 기획자로서 지금 드는 생각은 결국 기획자는 다 알아야한다는 겁니다.
무엇이든 '기획'이라든 단어가 들어가있는 직무를 맡으면 만물박사가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고달픕니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공부해야하고, 수많은 문서와 레퍼런스 자료들에 파묻혀 살아야 하죠. 매일 매일 책과 신문도 신경 써서 봐둬야 하고... 시도때도 없이 메모를 해야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기획을 맡은 사람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분량의 업무가 쌓여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과 같이 기획인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무척 힘이 듭니다.

그러나, 주어진 권력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면 기획이라는 직무가 그다지 힘들지만은 않다는 거! 어느 부서에건 원하는 자료를 요청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마케팅 부서에는 제품 마케팅을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에 대한 자료를 요청 할 수 있고, 개발실에는 신기술 추이와 로드맵을, 뿐만 아니라 경영진에는 앞으로의 경영전략에 대한 자료까지도 언제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단지 이런 자료들을 모아서 취합하고, 조율하는 셈이죠. 아무래도 중간에서 욕도 많이 먹겠죠. 하하;;

니가 기획이니까 알아서 다 해라...라고 하는 회사도 종종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경우는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회사를 바꾸는 인재가 되던지, 적당히 월급만 챙기며 조용히 이직을 준비해야겠죠=_=

만물박사 기획자를 꿈꾸십니까? 주변을 잘 이용합시다. 전투의 기본은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는 거라죠? 혼자서 짐을 지려하면 결국 자기도 힘들고, 업무도 엉망이 됩니다.
적절한 협업과 조율만으로도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밥값은 하는 기획자입니다. 본인이 노력해서 많은 것들을 공부한다면 정말 회사에 큰 보탬이 되는 기획자겠죠.
사실 제가 꿈꾸는 기획자는... 사장은 그냥 얼굴마담이고, 모든 실권은 기획자가 가져가는 거랍니다... 믿거나 말거나~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