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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뉴욕 생존기

도저히 적응이 안되는 미국문화

토종 한국인으로 30년을 살다가 생판 다른 나라에 와 그 나라의 문화에 적응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외국 생활을 전혀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잠시 거쳐가는 외국인이였던 시절과는 달리 앞으로 쭉 눌러 살고자 스스로 정체성을 설정하려다보니 이쪽 문화에 대한 적응이 절실합니다.

작게는 가족관계와 업무관계에서부터 크게는 국가관까지... 주로 한국인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갑니다만, 이미 그분들도 미국화 된 부분이 적지 않아 심적 괴리감이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동방예의지국에서 건너온 예의바른 청년아저씨로서, 호칭에 대한 문제만큼은 정말 정말 곤란하리만큼 적응이 안됩니다.

가끔 미국인 친구(?)들과 어울릴때는, 불행히도 제가 나이가 제일 많은 편이여서 최대 10살까지도 어린 녀석들에게 반말을 들어가면서 살아갑니다. 어차피 영어에 존대말은 없으니 그러려니 하더라도... 5살 이상 어린 녀석들이 다짜고짜 이름을 부르며 친하게 지내자고 하면 뒷골이 땡깁니다.

미국녀석들과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얘들은 나이와 관계 없이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그러다보니 일단 이 녀석들과의 호칭 문제는 거의 포기했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주 생활권인 한인 사회에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직장인들과 어울렸기 때문에 직책을 호칭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과장님, 이대리님, 한부장님...

이곳에서는, 물론 저도 직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Mr.Yu로 불립니다. 유(柳)씨니까요. 비슷한 연배만 되도 편하게 부를 수 있는 호칭입니다만, 저와 비슷한 연배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호칭을 물으면 "Mr.김이에요~"라고 자신을 소개하는데, "아, Mr.김이시군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Mr.김"이라며 쉽게 다가가기에는... 10살 이상의 나이차가 큰 부담입니다=_=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는 하지만 어째 영 맞지 않은 옷을 입고 패션쇼하는 기분처럼 얼굴 근육이 굳어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가까스로 궁리한 끝에 나온 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입니다. 이제 어색함이 좀 가셨다 싶으니 이게 왠걸, 듣는 분들이 어색해하시고 부담스러워 하십니다. 참 쉽지 않습니다.

여성분들에 대한 호칭은 더 어렵습니다. 아줌마...라고 부를수도 없고, 그냥 뭉뚱그려 "미즈"라고 부르긴하지만 이 역시 모래 섞인 밥을 씹는 기분입니다... (그리고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아줌마...를 부르는 호칭이 썩 많지는 않군요.)

어디 부르기 좋고, 듣기도 좋은... 입에 딱 달라붙는 '호칭'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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