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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소소한일상

영어 발음 공부가 중요한 이유

한국에서 영어 발음에 대해 말하다보면, 발음이 좀 부족해도 현지에서는 다들 알아서 들어줄꺼라고들 합니다. 이를테면 한국에 온 외국인이 어눌하게 말을 해도 대충은 다 알아들을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조금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실제 그런 상황을 겪어본 사람들조차도 외국인의 어눌한 발음에 아연실색하거나 난감했던 경험이 있을 껍니다. 그리고 한국말은 약간의 발음차이로 의미가 불명확해지는 단어가 그다지 많지 않으니 영어의 발음과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주변사람들에게 해주는 조언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주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버리고 정확한 발성과 발음을 하기 위해 노력하라"입니다. (현지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문제니 믿으셔도 좋을껍니다^^;)


이 비디오는 프랑스인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소개한 영상인데 영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이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본인은 분명 제대로 발음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게 아닌거죠.

영어 발음 공부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이 내는 영어 발성를 비롯해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현지인(네이티브)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파닉스를 학습하고 얼굴근육을 푸는 연습도 하곤 합니다. 제 ESL선생님과 몇몇 한인 2세 후배들이 가끔 한국식 영어와 현지 영어를 비교해서 알려주기도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 부모님이 하시는 한국식 영어를 빗대어 한국인이 흔히 실수하는 부분을 지적해줍니다.

지금은 그런 지적을 해주는 그 녀석들이 참 고맙지만, 처음에는 내심 까칠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대충 알아들으면 됐지, 멀 그리 따지고 그러는지...미국놈들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 배려를 안해주네...싶더라구요. 그리고보니 미국에 와서 그 녀석들에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좀 알아들어라...였던 것 같습니다 ㅎㅎ

그 친구들 그렇게까지 발음을 교정해주려고 해주는 이유를 들어보니, 실제로 알아는 듣지만 상당히 불편하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대화라는게 서로 오고가는 것인데) 말하는 사람도 힘들게 말하는데다가 듣는 사람도 대화에 집중 할 수 없으니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그리고 발음 연습을 하면 좋은 점이, 좋은 귀를 가지게 됩니다. 자꾸 제대로 된 발음을 듣고 따라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발음하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전혀 게의치 않고 말하는 사람과도 많은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전에 유치원생들이 연습하는 파닉스를 소개했습니다. 하루에 30분만 마음을 비우고(=_=;) 연습하면 상당히 괜찮은 발음을 가지게 되는데, 유치원생 수준을 뛰어 넘었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새로운 파닉스 경지에 도전하셔도 좋습니다. <링크>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토익을 만점에 가깝게 받는다는 분이 외국인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쓴웃음이 지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휘와 문법이 매우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발음은 초등학교 국어책 읽는 수준이였거든요. 그리고 말하는 내내 서로에게 '뭐라구요?' '다시 좀 말해주시겠어요?'라고 묻기 바쁘더군요.

발음이 좀 구려도 대화는 다 통합니다. (문법과 어휘만 되면 대화가 안통할리가 없죠.) 애초에 그런식으로 공부를 했고 그 정도에 만족한다면 그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대방에게 Excuse me? / Sorry? / Again plz? 등등...'뭐라고 하셨죠?'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됨으로서 대화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 단점이라 할 수 있겠군요. 그리고 그런 사람과 계속 더 대화를 하고 싶겠습니까? 말하는 본인도 미안하고, 듣는 상대방도...

어떤 분은 이런말을 합니다. 양키놈들은 양키 발음대로 말하고, 한국놈은 한국 발음대로 하면되는거지. 일단 말만 통하면 되는거 아니냐... 그거 그렇게 똑같이 따라가려고 하는건 되지도 않는거다. 되지도 않는걸 따라가려고 하는 건 일종의 양키사대주의같은게 아니냐...라고 말이죠.

사대주의라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니 언급할 필요도 없고, 한국식 발음으로도 다 통한다는 말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식당에서 영수증(receipt)을 받기 위해 '리싯 플리즈'를 세번 네번 말해야하는 고충을 겪어 봤다면 '다'통하긴 하는데 '잘' 통하지는 않는다고 말해야 옳은 말이 아닐까 싶군요. 그리고 한국인은 애초에 현지인과 같은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제 경험상 그건 틀린말입니다. 주변에 20세 이후에 미국에 나온 순수혈통(?) 한국인들도 현지인에 가깝게 영어를 합니다. (한국에 유명한 영어강사 이보영씨도 순수 국내에서만 공부했음에도 훌륭한 영어를 구사합니다.)

미국에 나와있으면서 영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다행히 저는 고등교육까지 무사히(?) 이수한 덕에 적어도 10년은 영어책을 붙잡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1세대 이민자들처럼 교통 표지판조차 읽지 못해 피해를 보는 어이없는 경험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신청시 계약서 작성을 할 때 느끼는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게다가 자꾸 했던말 또 해야하고, 상대방에게 다시 되물어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기운이 쏙 빠지곤 합니다. (단연 제일 불편한 점은 아이 교육 문제로 선생님과 상담할 때 입니다. ㅜ.ㅜ)

이제는 애가 학교 좀 다녔다고 '오렌지'먹자고 하면 아빠 '오렌지' 아냐 '어륀지'야...라며 정정을 해 줍니다. 애야 사심없이 배운대로 가르쳐주는 것이겠지만 아빠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집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이 녀석이 아빠 속도 모르고 스스로에게 대견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 웬수가 따로 없다는 말이 실감이 갑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을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라고들 한다죠? ㅎㅎㅎ

덧1) 완벽한 영어? 저는 언어에 있어서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영어를 말하기 전에 완벽한 한국어가 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모국어조차도 완벽을 논하기 어려운데 타국어를 완벽하게 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덧2) 현지인과 '똑같이' 또는 '현지인에 가까운 수준으로 영어'를 하면 됩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현지인들끼리도 서로 다른 영어를 한다는 거 ㅎㅎ;;

덧3)'완벽'의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영어 공부의 열정이 좌우되니만큼 스스로가 원하는 영어의 수준을 설정해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