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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팔불출일기

뉴욕에서 맞는 첫 우리 설날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뉴욕으로 떠나온지 한달남짓. 그럼에도 맞는 설날입니다.

첫번째 새해(신정)을 맞이 할때는 '내가 새해의 시작을 뉴욕에서, 새롭게 시작하는구나'라는 감회에 젖었는데, 오늘은 왠지 쓸쓸함이 밀려옵니다. 어제 아내 혼자 고향집에 내려가 어머니와 아버지(아내에게는 시아버지) 추도예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부친작고 후 첫번째 새해 제사상도 못모시고 떠나왔다는 생각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생전에 당신보다는 어머니에게 잘해드리는 것을 더 기뻐하셨던 당신이기에 어머니께 그동안 못드린 효도 다 해드리겠노라고 거듭 다짐해봅니다.

인터넷 화상통화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세상 좋아졌다며 연신 미소를 지으시던 어머니가 자꾸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를 잃고 두 형제 바라보고 사시는데, 그중 장남이 홀홀단신 먼 미국와 있으니 아쉽기도 할터인데 운전 조심하라고, 얼굴이 좋아보여서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은 얼굴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소위 캠빨이라 불리는 뽀샤시효과 때문인데 말아죠.

아무튼 궁상 맞은 생각 빨리 정리하고 혼자라도 설날을 기분좋게 보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우선 밥부터 잘 챙겨먹고, 늘 새해에 하는 념중행사, 목욕탕을 한번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도 다니기 싫었던 목욕탕인데 말이죠^^;

한국과는 달리 그다지 새해 분위기는 나지 않습니다. 끔찍한 교통대란 소식도 없고, 설날기념행사도 그저그렇고, 가족들끼리 시끌벅적한 소란도 없고...그런데도 여전히 마음만은 설날 분위기에 흠뻑 젖어 있는 것은 결코 설날 연휴가 그리워서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역시나 설날은 밤새을 운전해서 고향집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밥한끼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그리고 그런 상상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좋은 명절입니다.

한국에서 가족들과 따뜻한 설날 맞이하시는 분들 그리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혼자 설날을 보내시는 많은 분들께 오늘 하루 좋은일만 있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