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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이슈/이슈와 토론

초등학교 운동회같은 인터넷 비판

독설가가 인기를 얻는 세상이다. 진중권씨이나 조갑제씨와 같은 각자의 시각에서 '독'하게 말을 해야 호응을 얻는다. 미디어도 있는 사실을 밋밋하게 보도하기보다는 무언가 이면에 다른 '건수'가 있는양 포장을 해야 살아남는다.

블로그가 대안 미디어로 자리메김을 하면서 정치, 사회 비판에 대한 내용들이 자주 눈에 뜨이게됐다. 시대 흐름에 부응한 것인지 모르지만 '독설'이 많다. 물론 블로그 이전에도 댓글이나 게시판을 통해 그런 의견을을 접하기는 했지만 게시판은 사람들의 기억에 깊이 각인되지는 않았던게 사실이다.

사회를 비판하고 이를 정화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정치적 성향에 따른 편가르기식 비판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초등(국민)학교 다닐때 절친한 친구와 청군, 백군으로 각각 팀이 갈렸다는 이유만으로 주먹다짐을 하며 싸울뻔한 기억이 있다. 유치했던 초딩(?)의 팀에 대한 사랑이였으려나... 상대편에 대한 험담만 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이겨야 한다는 유치찬란한 생각이 나이살 꽤나 먹은 어른들에게도 그대로 남아있나보다.

 어느 논리학 교재를 보건 '발생론적 오류'라는 게 나온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에 묻은 때에 시비를 건다면 그게 바로 발생론적 오류다. 어떤 텍스트(말과 글) 자체를 평가하지 않고 텍스트를 발생시킨(생산한) 사람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한다는 뜻이다.

 그런게 그게 과연 오류일까? 논리학에서만 오류일 뿐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건 오류라고 하지 않는다. 특히 당파적 대결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선 '오류'가 아니라 '진리'처럼 여겨진다. 똑같은 말이라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대접을 받는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그것이 반대편에서 나온 말이라면 그건 틀린 말이 된다. 말이 안 되는 말이라도 우리 편 대장이 한 말이라면 그건 진리로 추앙되어야 한다.

 이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편 가르기' 문화가 요구하는 기본 문법이다. '편 가르기'자체는 나쁜 건 아니다. '편 가르기'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문제는 무엇을 중심으로 편을 가르느냐는 기준이다. 한국 '편 가르기'문화의 특징은 그것이 사람 중심이라는 데에 있다. 한국인들이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정(情)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갖게 된 문화겠지만, 이는 공공적 차원에선 거의 재앙이다. 자기성찰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강준만교수의 한국인코드 중

블로거들은 논리를 좋아한다. 한때 게시판에서 논객질이나 좀 했던 사람들이 모두 블로그로 옮겨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기 위해 타인의 신념을 짖밟기 여념없는 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자격이 없는게 아닐까. 사회 변화는 구성원들 간의 소통을 통한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니 말이다.

김대중이니까 다 거짓말이고, 노무현이라고해서 다 나쁘고, 이명박이니까 다 틀린짓이고... 본문에 인용한 강준만 교수의 말대로 자기성찰보다는 악다구니로 상대방 까내리기에 여념 없는 우리네 개념(생각)없는 비판 정서가 두렵다. 그 중에서도 논리를 가장한 비판정서, 결국 비판 대상에 대한 정치적 반대급부에 입각한 비판에 불과한 경우가 비일지재하다.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를 건너야 할 대한민국이 선장탓, 조타수탓, 항해사탓만 하고 있다. 입으로는 불평불만을 내뱉고 있어더라도 제 할일을 다 하고 있다면 좋으련만...

인터넷에는 서로에게 불신만을 전파하고,  ~탓만 하고 있다. 일방적인 편들기만 가득하다. 지금은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긍정적인 말만해도 힘들게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인해 부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말만 가득한 세상이 되어가니, 심신이 지치고 영혼이 메말라 도저히 힘을 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만같아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