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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팔불출일기

미국초등학교 체험기(1)

대성이가 이번 학교(PS31Q)에 입학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를 나와야했기 때문에 개학(여기서는 Back to school이라고 합니다.)  일주일 전에 학교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죠.

대성이는 개학이 곧 초등학교 입학이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서류들이 있는데 미국 시민이 아닌지라 다소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해서 일주일 내내 애를 먹었습니다. 다행히 입학 전 일주일이 새로운 학생을 받는 시기였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더 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입학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영어 한마디 못하는 아내 덕분에 하던 일을 뒤로 하고 아이 입학 준비에 정신을 쏟아야 했기 때문에 오랫만에 부부간의 일심동체를 뿌듯히 느끼기도 했네요.

대성이가 어제부터 다니기 시작한 학교는 PS31입니다. 전에 말씀 드렸다시피 PS는 Public School을 의미합니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비용의 차이가 어마어마한데 조기 유학을 위해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사립학교에 진학해야 합니다. 공립학교에서는 유학비자 발급을 위해 I-20폼을 발행해주지 않기 때문이죠. 다만,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거주신분만 확실하면 얼마든지 입학이 가능합니다.

전에 입학이 확정되었던 PS94나 지금 다니게 된 PS31은 뉴욕시 26학군(NYC Geog District #26)에 해당하는 뉴욕시 최고(?) 학군이라고 합니다. 좋은 학군의 의미를 잘은 모르겠지만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아무래도 시험 성적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3학년부터 치뤄지는 영어와 수학 표준시험에서 학교 평균과 합격율, 그리고 성적 상승율 등을 평가합니다. 이 평가 가치가 높을 수록 좋은 학군으로 분류되고 좋은 학군의 선생님들은 보수도 더 좋다는군요^^;

그렇다고해서 시험을 잘보도록 우리나라처럼 학생들을 '족'치는 경우는 없습니다. 미국의 (공립)교육은 되도록이면 '자율'에 맡겨지고 학교에서 시험 대비반 따위의 특별반을 편성하는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학교에서는 기초교육을 충실히 이행하되, 경륜있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충분이 이해해주고, 기초교육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 촛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다만, 좋은 학군에는 많은 이민자(특히 교육에 관심있는 이민자 부모)들이 몰려 극성스런 과외 공부로 더욱 성적이 높아지는 부익부(?)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실제로 26학군 근처에 집을 얻으려고 하다보면 '좋은 학군'을 강조하는 문구가 자주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좋은 학군' 프리미엄까지 붙어 렌트비(월세)가 더 비싼 경우가 허다합니다.

초등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무래서 선생님인데, 좋은 학교일수록 '젊은 선생님'이 적습니다. 오랜 경험과 경륜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지도하는 것을 초등교육의 기본으로 삼는 것이지요. 대신 아이들에게 매우 엄격합니다. 마치 소설에 나오는 여자기숙사 늙은 사감선생님같은 분위기랄까요?  하면 안되는 것과 해야하는 것에 대한 엄격함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신 넓은 이해심과 자상함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대성이의 담임 선생님은 선생님들 중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경력 10년 이상입니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경력 10년은 돼야 인정을 받는 분위기 입니다. 근처 학원이나 유치원등을 보면 교사경력 10년 이상의 선생님이 있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대성이게 수업이 어땠냐고 물으니 알파벳을 '그렸다'고 하더군요. 숙제 역시 알파벳입니다. 주변 어르신들의 말을 듣어보니 미국 공립 교육은 성적보다는 인성, 즉 사회에 살아가는데 필요한 방법과 예절,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결국 성적도 시험 점수에 의한 판단이 아닌 협동심과 배려심, 자기 희생등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고 합니다. 만약 그런 교육에도 불구하고 아이 행동에 변화가 없으면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 집안 단속을 하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또한 학교 교육은 부모님과의 협업이라는 전제로 아이가 부모에게 관심 받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선생님 역시 아이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즉, 가정에서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교육에 함께 참여하면 선생님이 아이에게 갖는 관심도 커져 교육 효과는 두배 이상이 된다는 의미겠지요.

실제로 어제(입학 첫날) 받아온 서류를 보니 부모가 학교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느냐는 항목이 있길래, YES라고 표기했습니다. (대신 그 옆에 아내를 위해 I have English Problem=_=;이라고 첨언을 했지만 말이죠.) 사실 극성스런 엄마들의 치맛바람 따위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부모가 아이의 학교 생활에 함께 참여함으로서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부모가 솔선수범해서 봉사하는 모습은 아이의 사회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테니까요.

애초에 대성이를 미국에 데려올 때 했던 결심은 '시험'과 '성적'에 치이는 아이로 키우지 말자는 것이였습니다. 아이가 살아가면서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그 사람의 머리 속에 든 지식이 아닌 생활 속에서 나오는 그 사람의 본질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다니고 있는 대성이의 첫 학교는 저희 부부가 의도했던 바를 잘 수행해주는 학교라고 생각됩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잠시 숨을 돌릴겸 남은 이야기는 다음번으로 미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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