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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뉴욕 생존기

영어공부, 어설픈 완벽주의는 버려!

어설픈 완벽주의와 죄책감이 영어공부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회화에 있어서 한국에서 공부한 기성세대들은 문법이나 정확한 발음, 억양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고 걱정하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문법 때문에 대화 하기 힘들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간단한 예문을 들어보면,
A : Excuse me~ Do you know Bell Blvd? (Bell Blvd는 도로이름)
B : Next next way.
C : Thank you very much

현지에 조금만 살아본다면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대화지만 한국에서는 온통 딴지 투성이가 될만한 문장들이다. (마지막 문장 Thank you very much외에는 제대로 된 문장이 없다^^;)

중고딩때 시험에 자주 나오던 문구라 잊혀지지도 않는다. 길 물어볼때는 Show me the way to...??라는 공식. 질문도 엉터리고 대답도 엉터리. (sure, go straight and left turn on next corner~ 이 정답이다.) 엉터리 질문과 엉터리 대답이지만 그녀는 제대로 알아듣고 Thank very much를 외치며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 표현에 정답은 없다. 의사가 전달되면 그게 정답니다. 너무 문법에 쫓기지 말라.

두번째는 발음문제.

가끔 영어학원에 같이 다니면서 공부한 주변 사람들이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며 왜 영어로 대화를 하지 않느냐고 하면, 발음이 시원치 않아서..라고 한다. 열이면 열, 학원을 중간에 그만둔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벌어진다.

미국은 이민사회다. 게다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어서 연설을 하면 뭔소리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의 텍사스식 발음을 비꼬는 기사들이 나올 정도로 대통령 조차도 발음이 좋지 않았다.

발음 걱정? 할 필요 없다. r을 아~르르르라고 굴리지 않아도 걔들은 다 알아 듣는다. 한국말할때 눈이 아프다. 하늘에서 누~운이 내린다...를 굳이 구별하지 않아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전자의 눈이 眼을 뜻하고 후자의 눈의 雪을 뜻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안다.

세번째. 착한사람 컴플랙스

처음에 미국에 와서 영어로 문답을 할 때 낯선 땅에 온 이방인인데 최대한 정중해야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에서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교과서에 나온대로... 어휘력이 딸리니 미안한 마음에 정중한 표현이라도 써야하지 않나싶었던게 본심이였다.

뭘 물어볼때도 항상 Can you....?(또는 Will you)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극진히 정중한 표현인 Could you...?(또는 Would you...?)라는 표현을 쓰려고 노력했다.

어느 순간 맥도날드에 가서도 셋트메뉴 No.1 plz... (맥도널드 No.1메뉴는 빅맥이다.)하면 될껄 Could I have ...??라고 점원에게 극진히 묻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그런 정중한 표현 써가면서 물건 사는 사람이 있냐는 말이다.(실례지만 저, 빅맥 세트 하나 주시겠어요?라는 식의...)결국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귀담이 듣게 시작했고 그런 어휘에 전혀 게의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No.1 plz를 하건, 손가락으로 하나 들고 까딱거리건, May I have...를 하건 빅맥세트 하나 사먹는데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평소에 그러지 않으면서 외국에 나와서 영어를 쓸 때는 정중한 말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송두리채 무너졌고 어차피 내가 외국인인거 뻔히 알기 때문에 표현이 다소 서투르다해서 그런 나를 책잡을 일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F***식의 욕만 아니라면 어설픈 표현에서 화를 낼 이유가 없다.)

같이 지내는 목사님 내외가 있는데, 남편이 미국인이고 아내가 한국인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미국에서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가족 언어로 정해놓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미국인 목사님의 한국어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급하게 말이 튀어 나올 때는 내게 '야, 하지마!' '이상한 짓' 등의 표현을 하곤 한다. (아이들에게 하는 표현) 서른 살도 넘은 한 가장이 들을 말이 전혀 아니기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는 한국어도 완전하지 않는 미국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모든게 용서되기 나름이다.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정중한 표현을 써야한다는 것은 쓸데없이 발동된 죄책감이요, 교과서대로 해야한다는 어설픈 완벽주의일 뿐이다. 다만 격식있고 정중한 표현은 사용해야하는 장소와 상황이 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조차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정중함을 가장한 긴 문장을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아쉽게도 나와 동일한 정서를 가진 한국인이 많아 영어공부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데 영어공부에 왕도는 없다고 본다.

Just say it 그저 말하고, Try Try Again 말하고 또 말하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발음과 간단하지만 명료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 손진희 2008.06.28 11:28

    그래서 점점 더 어설픈 영어가 되는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는 바디랭귀지로도 통하는 뉴욕이니깐요.
    제가 참으로 어설픈 영어를 구사하다보니..
    참고로 전 완전기성세대는 아니지만.. 중간에 낀세대라고 해야하나?
    교복 1년 입고서 교복자율화가 된 세대이니.. ㅋㅋ..
    제 나이 어설프게 아실려나? 하하하..
    암튼요.. 그러한 세대이다보니.. 용기를 내어 영어를 써도 상대방에서 "What?" "Excuse me?" 라고 되물어오면 바로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리고 만답니다. 이를 어째..

    • Favicon of https://inthenet.tistory.com BlogIcon SuJae 2008.06.28 22:11 신고

      주변에 영어권 친구 하나 사귀시면 됩니다.
      단, 성격 좋고 인내심 많은 친구여야겠죠^^
      근처에 미국인 교회가 있으면 한번씩 나가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일단 공부보다는 일상에서 느끼는 영어가 금방 늘더라구요.

  • Favicon of https://logmarihuana.tistory.com BlogIcon marihuana_ 2008.06.28 12:32 신고

    여행을 하다보면 의사소통을 영어로 해야되기 때문에, 영어가 확 늘어납니다. 그 늘어나느게 새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또는 좀 더 대화를 위해 어법이나 문법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말을 하는게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체면을 차릴 이유가 굳이 없으니까요. 다들 영어를 잘 못하니까(네이티브가 아니면).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회화 학원을 다녀 한국인들끼리 영어로 대화를 하자면, 다시 그 실력이 줄어 버립니다. 발음이나 어법, 문법이 완벽하지 않으면 체면을 대부분 체면을 차려 버리니까요.

    • Favicon of https://inthenet.tistory.com BlogIcon SuJae 2008.06.28 22:12 신고

      생존영어! 제일 좋습니다.
      어느정도 생존에 자신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고급영어를 공부하게 되더라구요.
      체면 따지는 사람들, 영어 평생해도 안늡니다;;

  • Favicon of https://poem23.com BlogIcon 학주니 2008.06.29 09:38 신고

    영어공부는 그저 내 말을 잘 전달할 수 있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어구조상 영어를 완벽하게 발음할 수 없는데 그걸 억지로 끼어맞출려니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문법은 미국인들보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더 잘 아니까.. -.-;

    • Favicon of https://inthenet.tistory.com BlogIcon SuJae 2008.06.29 10:32 신고

      일단 단어라도 많이 외워서 줄줄이 얘기해도 덜 답답합니다=_=;
      문법은 맞는데 틀린 단어를 써서 오해 받는 것보다는 낫지요 ㅋㅋㅋ
      발음이야 뭐, 뉴욕에 유럽계나 남미계 이민자들 발음 들어보면 우리가 훨~낫다는거 금방 깨닫게 됩니다 No problem!!

  • Favicon of https://inuit.co.kr BlogIcon Inuit 2008.06.29 16:01 신고

    좀더 계시다 보면 영어자체 보다 표현력이 많이 늘어나겠지요. 인생에 드문, 참 좋은 기회가 되실듯합니다.
    문화를 아는게 말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많으니까요. ^^

    • Favicon of https://inthenet.tistory.com BlogIcon SuJae 2008.06.30 02:01 신고

      읽고, 쓰고는 되는데 말이 안된다는게 참 비참합니다 ㅋㅋ
      덕분에 지금 주변 지인들에게 우리나라 교육의 훌륭함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s://seires.tistory.com BlogIcon 이승환 2008.06.30 17:38 신고

    매우 공감가는 글입니다. 그러나 영어맹인 제게 조금도 용기는 되지 않는다는...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