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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소소한일상

3월 1일 - 눈

3월에 봄이 왔다는 기분이 드는 건, 학창 시절 봄 방학이 지나고 새학기가 시작되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 기분도 모르는지 3월 첫날 아침부터 눈빨이 조금 날리며 설레발을 치다가 저녁이 되니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겨울에 내리는 눈 모냥 내리더니 오늘 새벽에는 사방을 하얗게 뒤덮어 버렸다.

뉴욕의 날씨가 변덕스럽다는 건 지난 1년의 경험을 통해 알았지만 이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야료를 부릴줄은...

여하튼, 덕분에 어제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든 아이를 깨우는데 좋은 핑계꺼리가 생겼다. '학교 가야지!'가 아닌 '눈 왔다!!'. 모르긴 몰라도 1초 안에 벌떡 일어나 창문 커텐을 걷어버리고 5분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밥 먹고 부츠를 챙겨 신고는 빨리 학교 가자고 졸라댈테지. 보통의 날에는 한시간 동안 일어날 일이 눈 내린 날엔 20분도 충분하다.

하얗디 하얀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기에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버리는 눈을 좋아하는 것이 잘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염화칼슘으로 녹은 질퍽한 길을 걸을 짜증스러움과 길이 얼어 위험해질 도로에 대한 걱정 뿐.

그래, 결심했다. 오늘은 재택근무다. 눈 때문이 아니라 전에 다친 허리랑 머리가 너무 아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