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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이슈/이슈와 토론

디 워, 역시 직접보고 평가하자.

우선 결론부터 얘기하자.

마눌님과 둘이서 봤는데, "좋았다. 잼있었다. 나름 감동적이였다."
솔직히 영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높은 내공을 가지지 못한 관계로 영화기법이나 기술적인 접근을 통해 디워 감상평을 쓸 수는 없습니다. 다만... 돈 아깝지 않았고, 90분 중 반 이상은 재미있게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가 개봉도 되기 전에 시사회를 통해서 나온 디워에 대한 소식을 통해 때론 환호를, 때론 실망을 하곤 했습니다. 보통은 실망감이 환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 하기 때문에, 다른 영화를 찾곤합니다. 그러나 디워만큼은 달랐습니다. 제가 심형래씨를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봤습니다. 저는 어릴때 그가 주인공인 영화와 비디오를 보고 컸고, 그의 개그를 보며 즐거워 했던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심빠냐구요? 뭐 꼭 그런건 아닌데, 그냥 마음가는 사람 있잖습니까? 심형래 감독이 제게는 그런 사람입니다. 이는 제가 가진 심형래에 대한 향수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의 영화감독 중에 꼭 극장에 달려가서 영화를 보게 해주는 감독은 유승완 감독 뿐이였습니다. 내용이나 스토리를 떠나 PC로 보는 것과는 비교 할 수 었는 비쥬얼을 본다라는 것만으로 그 감독의 영화는 일단 극장에 가서 봅니다. (제가 극장에 가는 기준일 뿐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도 극장에 가서 보는 이유가 바로 비쥬얼 때문입니다. 스파이더 맨3... 줄거리는 기억 안나지만, 거미줄 붙여가면서 도시를 날아다니고, 슬픈 사연을 지닌 샌드맨과 욕심 많은 사진기자의 대립과 격투 액션이 좋았습니다. 트랜스포머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억나는 것은 각종 변신씬입니다. 그리고, 로봇들의 의리? 대단하게 거창한 스토리나 인물관계들은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두시간여를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것들을 충분히 시각적으로 즐긴다는 측면에서 극장을 찾습니다.

사족이 길어졌군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디워는 적어도 제가 '심형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였다 할지라도 극장을 찾아가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다만, 상영 당일날 보는 지극 정성까지는 보이지 않았겠지만요. 적어도 시각적인 부분, 즉 CG를 이용한 비쥬얼은 대단합니다.

LA도심에서 벌어지는 아파치 헬기와의 전투신과 추격신은 그 어떤 헐리웃 영화의 그것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멋진 퀄리티를 보여줬습니다. 영화 종반부에 가서 선한 이무기와 부라퀴와의 싸움. 그리고 용으로 변한 선한 이무기의 모습도 지금가지 단 한번도 본적 없는 그런 영상이였습니다.
(용이라는 CG 캐릭터 자체가 익숙하지 않는 영상이였기에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들이기에 2차 3차 수익모델로서 활용 할 수 있는 여지가 높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영구 아트무비의 로고가 나올때 왠지 감회가 새로왔습니다. 애국 마케팅에 넘어간 우매한 국민이라고 말씀하신다면 할말은 없지만, 마케팅도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성공한 것이죠. 디워는 마케팅에서도, 영화 내에서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저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용의 승천과 함께 나오는 아리랑의 선율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감동에 젖어 들게 했습니다.

구슬프면서도 웅장한 아리랑에 목소리가 젖어와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분명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이미 전했다시피 'CG의 퀄리티'와 '심형래씨에 대한 좋은 감정'이 이러한 단점들을 어느정도는 메워주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바라는 점이 있어 몇마디 하고자 합니다. (고도의 심까 아니냐는 지적은 ... "반사"합니다.)
스토리가 비약하다는 부분. 일단은 저로서는 스토리보다는 비쥬얼을 기대하고 본 영화이고, 보통의 헐리우드식 SF와 액션이 그러하듯이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잘려나간듯 보이는 편집이 가끔 보였습니다. 꼭 집어서는 어느장면이다라고는 말 못하겠는데, 중간 중간화면이 변할 때 왠지 내용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확연히 눈에 뜨였습니다. 편집에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을텐데...하는 바램입니다.

영화가 처음 시작하고 이무기의 전설을 설명하는 부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약 30분 가량은 이런저런 설정에 대한 설명씬이라 볼 수 있는데, 일단은 배경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데는 좋았다고 봅니다. 조선시대의 연기자 분들의 연기 퀄리티가 좀 떨어져 보여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 여의주를 지키기 위해 무예 수련을 하는 장면과 전투 장면. 조금만 더 신경써서 한국의 무예가 드러나게 했으면 어땠을까? 심형래 감독은 '이무기'가 한국의 것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문화적 컨탠츠라고 했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렇다면, 무예 수련이나 격투 장면에서도 한국의 무예가 나왔다면 어땠을가 하는 생각입니다. 보다보니 중국 무협 같은 분위기가 나와 살짝 아쉬웠습니다.

왜 부라퀴 군단이 서양 환타지식 군대로 표현을 했을까... 기왕 만드는거 일본 놈들을 사악한 군단으로 만들지...꼭 서양식 환타지가 아니여도 동양적으로, 또는 한국적으로 악한 캐릭터를 만들었어도 나쁘지는 않았을텐데 싶었습니다. 이를테면 천계를 배반한 귀신들이라던지, 좀 더 동양적인... 하지만 영화 중반부 이후부터의 배경이 미국이다보니, 어쩌면 서양식 환타지 군대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사실 이무기가 용이 되고 싶어하는 절박함이 드러났더라면, 좀 더 영화에 감정이입이 잘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 마지막 장면에 용이 승천하려고 할때, 부라퀴(나쁜 이무기)가 용 꼬리를 잡고 늘어집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아... 저토록 용이 되고 싶은걸까... 생각했는데, 아닐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보다 이무기의 용에 대한 열방이 감성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보다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스토리적인 보강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디워가 끝나고 심형래 감독의 텍스트가 올라왔습니다.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고 그 글을 읽더군요. 밖으로 나오면서 보니, 저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아내와 아이를 데려와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 처럼 심형래감독에 대한 향수로 자신의 아내와 아들, 딸을 데려와 영화를 본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심형래 감독이 가진 이런 인적 인프라가 결국 제 2, 제 3의 디워를 통해 더욱 확장되고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면, 우리나라의 영화의 미래에도 도움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디워를 통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가 한편 늘었다는 점도 심 감독에게 감사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심형래 감독의 도전과 디워라는 결과물을 보면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었지만, 세번째, 네번째 작품이 만들어지면서 점점 완전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래 예측해봅니다. 그런의미에서 이번 디워는 심형래 감독 스스로 말한대로 새로운 시작이요, 도전의 디딤돌이 되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워... 극장가서 보셔도 결코 돈이 아까운 영화가 아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