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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공립 초등학교를 다니는 큰 아이가 학교에서 Lion Heart Citizen으로 선정됐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올해의 OO상'인데, 학교 이름이 '라이언 하트'인지라 1년에 한번 학년 중 1명의 학생에게는 'Lion Heart', 한급당 1명에게는 'Lion Heart Citizen'으로 선정 한다고 합니다.(일단 축하부터 좀 받겠습니다^^)

 오랫만에 이렇게 포스팅하는 건 상 받은 아이 자랑질 때문만은 아닙니다.(자랑도 쪼끔....) 제가 실감하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 문화의 차이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의무감이 아닌 진심으로 포스팅하는 것 같네요^^;;

아이가 입학해서 지금, 4학년까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옆에서 지켜 본 결과, 미국이라는 나라가 맘에 드는 것 중에 하나는 학교 생활이 '공부'에만 촛점에 맞춰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온라인으로는 처음으로 고백하는 것 같습니다만, 큰 아이는 학습 장애(Learning Disability)가 있습니다.  3학년(만 8살) 당시, 언어 수준이 4.5세라는 진단을 받고 전문 교육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덩치는 산만한 초등학생이 4세 아이 수준의 언어로 듣고, 이해하고, 말을 하는 수준이였다는 겁니다. 단순히 이중언어 혼란(Multi-language confusion)이 아닌, 언어 능력에 대한 장애를 뜻합니다. 사실 당시 한국말도 거의 못했으니까요. 지능(IQ)나 심리적인 문제도 아닙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언어장애라는 것에 대해 더 포스팅 하도록하죠.

다행히 학교에서 3학년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특별 수업과 전문가를 제공해줘서(전액 무료) 학교 생활은 이어갈 수 있었으나, 공부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더군다나 뉴욕은 3학년 때부터 낙제가 있습니다. 왠만하면 다 통과하는데, 정말... 최악의 경우 낙제까지도 감수해야 할 그런 상황이였습니다. 이곳에서는 과목당 세부 항목을 나눠 각각 1점부터 4점까지 점수를 부여합니다. 3점의 보통, 4점이 우수입니다. 1학년 때부터 지난 학기까지 성적표는 대부분의 과목이 1점, 잘 나오면 2점 수준이였습니다.

모든 학습이 '언어' 능력을 기반으로 이뤄집니다. 들어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죠. 언어 능력이 부족했던 큰 아이는 읽고 쓰기, 과학은 몽땅 과락입니다. 그나마 산수는 점수가 좀 나오는 편이였습니다만 단순 산술 계산만 가능했고, 설명문과 함께 나오는 문제는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숫자를 적곤했습...니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간단하게 결론을 내보면 큰 아이의 공부는 완전 '꽝'인 겁니다. 아이의 '특별함'을 아는 저희 부부는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닥달하기 보다는, 마음 편하게 학교 생활이라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최선의 노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1년에 학급당 1명에게만 주는 영애로운 상을 받았다는 것이 참 놀랍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을 빌자면, 이 상은 상급학교로 진학을 할 때도 아이의 캐리어로 남는 아주 영애로운 상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 온 평가는, 'He has a Sweet Heart(다정다감하다)', '감사함을 아는 아이', 'so Kind(매우 친절하다)', '원만한 교우관계', '노력하는 아이' 등입니다. 문제점이 없지는 않지만, '사회성'이 좋다는 평가를 주로 받은 셈입니다.

2012년 1월 눈오는 어느날 Timothy와 함께 @ 뉴욕

그런데, 평생 아이에게 캐리어가 되는 영향력 있는 상(미국에서는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을 성적과 관계 없이 그저 '사회성'이 좋은 아이에게 준다는 것 자체가...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온 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였습니다. 그저 한달 전에, 노미네이트 됐다는 편지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 그때는 "아, 우리 애한테 용기를 주려고 후보에라도 올려줬나보구나... 담임을 참 잘 만났구나..", 아내와 이렇게 대화했습니다.
이번일을 계기로 아이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저희 부부는 사실 굉장히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공부를 잘하고 명문학교를 가는 것이 성공가도의 정도(正道)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모두 마치고 사회에 나오면, 공부 할 때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처하게 됩니다. 이 때, 공부만 열심히 하면 만사가 OK였던 학생공부도 하지만 학교에서 사람 사는 법, 즉 사회성을 길렀던 학생이 느끼는 바는 전혀 다를 것입니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야 최고의 길을 가게 해주고 싶겠지만, 최고의 길, 소위 말하는 상류사회로의 진입이 '행복'을 뜻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사회의 구성원으로 화합하고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 소통하며 함께 살아가는 삶, 그런게 비록 작지만 행복한 삶이 될수있지 않을까요?

제 사정을 잘 모르는 한국의 지인들은 아이가 미국간지 5년이니 영어를 정말 잘하겠다고, 부럽다고들 말합니다. 사실, 아이의 '특별함'을 모르는 사람들이라서 저희는 그냥 어물쩡 넘어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저희 부부는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절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수년간의 가슴깊이 숨겨놓았던 한(恨)이 봄날 눈 녹듯 사그라지는 기분입니다.

아들, 정말 장하다. 고생했다. 그리고 고맙다.

2012년 1월 막내동생 Titus와 함께 @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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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Jae

아이들의 영어 배우는 속도가 빠르긴 빠른가봅니다. 대성이가 1년 미국물을 먹더니 아빠, 엄마의 영어 발음을 지적하고 나섰네요.

영어 단어가 포함된 대화를 하다보면 어김없이,"아빠 it's B sound, listen, 'battle' repeat~"라면서 코리언스타일의 영어 발음을 교정해줍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듣는 ESL수업 방식이 그런 모양이지요.

이날은 레고 배틀십(Battle Ship)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배틀 발음을 지적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발음이 원어민 수준으로 점점 향상되고 있다는 주변의 칭찬을 받기는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집안에서의 공용어는 당연히 한국어입니다만, 하루 대부분을 영어로 생활하는 대성이는 가끔 영어 단어로 설명을 해야 알아듣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그럴때마나 당하는 굴욕에 저와 제 아내는 '성질이 버럭!'나면서도 대성이의 천진난만한 눈빛을 보고는 슬며시 미소짓고 말지요.

얼마전부터 자기 고집이 생겨서 숙제시간마다 엄마와 실갱이를 하기 일쑤입니다. 흔히 Personality라고 하는데 슬슬 엄마 말에 일단은 NO!를 외치고 보는거지요. 하지만, 영어를 못하는 엄마와 '영어숙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애한테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오죽하면 아빠한테 전화를 해서 단어뜻을 물어봅니다. 엄마를 믿을 수 없다는거지요=_=; (아내 성격, 참 좋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매일같이 윽박질러가면서 숙제를 하는 건, 미국까지 와서 공부하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 '평화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No homework, No nintendo DS"라던지 쓸데없는 말싸움을 피하기 위해 제한시간을 정해놓고 그 안에 공부를 끝내면 PC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 준다던지 가급적이면 짧은 시간에 집중력있게 공부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었는지 저희의 영어 발음을 교정해줄 정도로 실력이 늘었고, 스트레스의 대상이었던 '영어'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엄마의 도움 없이 혼자 해 간 숙제가 선생님께 칭찬을 받아서 대성이가 더 열심히 숙제를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대성이가 아닌 저희 부부가 영어에 스트레스를 받게 생겼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더이상 아이에게 영어로 인해 굴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오늘부터 당장 멀리했던 영어책을 다시 집어야 할 판입니다. 과연, 평화를 '영어'를 통해 지키게 될지, 가장의 권위(?)로 지키게 될지는 조금만 더 지내보면 알겠지요. 가급적이면 전자의 방법으로 지켜나가고 싶은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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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Jae
2009.02.27 17:54

한 가족 두 언어 다이어리/뉴욕 생존기2009.02.27 17:54

가끔 아내와 아이가 실갱이를 합니다. '말'이 안통해서죠. 한국어를 미처 다 배우지 못하고 온 탓에 한글다는 영어가 더 친근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뭐든 좋으니 말만 잘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저희 부부의 작은 소망이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네요.

대성이가 한국에서 만 6살이 되면서도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고 심각함을 느꼈고, 미국에 건너와서도 많이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히 영어는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한국말보다는 잘 배우는 편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언어장애 치료를 신청해놨지만 석달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네요. 6달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있다고하니 ㄷㄷㄷ;;

그래도 다행히 체계적인 교육 덕분인지 영어는 곧잘 합니다. 영어를 하면서 오히려 한국말이 느는 기분이에요. 아직 갈길이 멀긴 합니다. "아빠 너는 저녁 안 드세요?", "엄마 너랑 목욕하기 싫어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만 6살까지 한국에 살던 아이인데.

평소에는 말을 잘듣다가도 가끔씩 기분이 나쁜 날은 엄마가 하는 말이 자기가 하는 말하고 다르다면서 버럭 성질을 내곤합니다. 특히 공부를 할 때 유난히 뾰족해지는 대성군입니다. 유난히 태클이 많거든요. "자 책상에 앉자", "엄마! 책상 아니잖아요. 테이블! 테이블이라고 해야지요!"... 엄마와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그래봐야 자기 손해지요.

ESL을 반학기 다녔지만 여전히 최하위 레벨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다섯개씩 외우는 단어를 제법 외우고 그 단어를 이용해서 문장을 만들려고 노력을 합니다. '공부'라는 것을 인식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단어 시험을 잘보면 장난감 가게를 간다는 것도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이제 1년만 있으면 대성이는 완전 영어권 아이가 될 것 같습니다. 아니 몇개월 내에 그리 될 것 같은데 한국인 정체성이니, 한국어 교육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당장 부모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아내는 영어학원을 등록해서 공부하겠다고는 하는데... 벌써 1년째 그 소리입니다. 하하; 저도 마찬가지지만요.

일단은 영어를 중심으로 살아가겠지만 어떻게든 한국말을 잊지 않도록 해주고 싶은데 결코 쉽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여러 부모님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시면서 난감해하시는 걸 보면 우리도 마음 단단히 먹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한나라 말을 써도 의사소통이 어려운데 두나라 말을 하면서 살려고하다보니 참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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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Jae
한국에서 영어 발음에 대해 말하다보면, 발음이 좀 부족해도 현지에서는 다들 알아서 들어줄꺼라고들 합니다. 이를테면 한국에 온 외국인이 어눌하게 말을 해도 대충은 다 알아들을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조금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실제 그런 상황을 겪어본 사람들조차도 외국인의 어눌한 발음에 아연실색하거나 난감했던 경험이 있을 껍니다. 그리고 한국말은 약간의 발음차이로 의미가 불명확해지는 단어가 그다지 많지 않으니 영어의 발음과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주변사람들에게 해주는 조언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주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버리고 정확한 발성과 발음을 하기 위해 노력하라"입니다. (현지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문제니 믿으셔도 좋을껍니다^^;)


이 비디오는 프랑스인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소개한 영상인데 영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이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본인은 분명 제대로 발음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게 아닌거죠.

영어 발음 공부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이 내는 영어 발성를 비롯해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현지인(네이티브)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파닉스를 학습하고 얼굴근육을 푸는 연습도 하곤 합니다. 제 ESL선생님과 몇몇 한인 2세 후배들이 가끔 한국식 영어와 현지 영어를 비교해서 알려주기도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 부모님이 하시는 한국식 영어를 빗대어 한국인이 흔히 실수하는 부분을 지적해줍니다.

지금은 그런 지적을 해주는 그 녀석들이 참 고맙지만, 처음에는 내심 까칠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대충 알아들으면 됐지, 멀 그리 따지고 그러는지...미국놈들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 배려를 안해주네...싶더라구요. 그리고보니 미국에 와서 그 녀석들에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좀 알아들어라...였던 것 같습니다 ㅎㅎ

그 친구들 그렇게까지 발음을 교정해주려고 해주는 이유를 들어보니, 실제로 알아는 듣지만 상당히 불편하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대화라는게 서로 오고가는 것인데) 말하는 사람도 힘들게 말하는데다가 듣는 사람도 대화에 집중 할 수 없으니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그리고 발음 연습을 하면 좋은 점이, 좋은 귀를 가지게 됩니다. 자꾸 제대로 된 발음을 듣고 따라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발음하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전혀 게의치 않고 말하는 사람과도 많은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전에 유치원생들이 연습하는 파닉스를 소개했습니다. 하루에 30분만 마음을 비우고(=_=;) 연습하면 상당히 괜찮은 발음을 가지게 되는데, 유치원생 수준을 뛰어 넘었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새로운 파닉스 경지에 도전하셔도 좋습니다. <링크>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토익을 만점에 가깝게 받는다는 분이 외국인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쓴웃음이 지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휘와 문법이 매우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발음은 초등학교 국어책 읽는 수준이였거든요. 그리고 말하는 내내 서로에게 '뭐라구요?' '다시 좀 말해주시겠어요?'라고 묻기 바쁘더군요.

발음이 좀 구려도 대화는 다 통합니다. (문법과 어휘만 되면 대화가 안통할리가 없죠.) 애초에 그런식으로 공부를 했고 그 정도에 만족한다면 그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대방에게 Excuse me? / Sorry? / Again plz? 등등...'뭐라고 하셨죠?'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됨으로서 대화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 단점이라 할 수 있겠군요. 그리고 그런 사람과 계속 더 대화를 하고 싶겠습니까? 말하는 본인도 미안하고, 듣는 상대방도...

어떤 분은 이런말을 합니다. 양키놈들은 양키 발음대로 말하고, 한국놈은 한국 발음대로 하면되는거지. 일단 말만 통하면 되는거 아니냐... 그거 그렇게 똑같이 따라가려고 하는건 되지도 않는거다. 되지도 않는걸 따라가려고 하는 건 일종의 양키사대주의같은게 아니냐...라고 말이죠.

사대주의라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니 언급할 필요도 없고, 한국식 발음으로도 다 통한다는 말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식당에서 영수증(receipt)을 받기 위해 '리싯 플리즈'를 세번 네번 말해야하는 고충을 겪어 봤다면 '다'통하긴 하는데 '잘' 통하지는 않는다고 말해야 옳은 말이 아닐까 싶군요. 그리고 한국인은 애초에 현지인과 같은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제 경험상 그건 틀린말입니다. 주변에 20세 이후에 미국에 나온 순수혈통(?) 한국인들도 현지인에 가깝게 영어를 합니다. (한국에 유명한 영어강사 이보영씨도 순수 국내에서만 공부했음에도 훌륭한 영어를 구사합니다.)

미국에 나와있으면서 영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다행히 저는 고등교육까지 무사히(?) 이수한 덕에 적어도 10년은 영어책을 붙잡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1세대 이민자들처럼 교통 표지판조차 읽지 못해 피해를 보는 어이없는 경험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신청시 계약서 작성을 할 때 느끼는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게다가 자꾸 했던말 또 해야하고, 상대방에게 다시 되물어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기운이 쏙 빠지곤 합니다. (단연 제일 불편한 점은 아이 교육 문제로 선생님과 상담할 때 입니다. ㅜ.ㅜ)

이제는 애가 학교 좀 다녔다고 '오렌지'먹자고 하면 아빠 '오렌지' 아냐 '어륀지'야...라며 정정을 해 줍니다. 애야 사심없이 배운대로 가르쳐주는 것이겠지만 아빠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집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이 녀석이 아빠 속도 모르고 스스로에게 대견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 웬수가 따로 없다는 말이 실감이 갑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을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라고들 한다죠? ㅎㅎㅎ

덧1) 완벽한 영어? 저는 언어에 있어서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영어를 말하기 전에 완벽한 한국어가 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모국어조차도 완벽을 논하기 어려운데 타국어를 완벽하게 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덧2) 현지인과 '똑같이' 또는 '현지인에 가까운 수준으로 영어'를 하면 됩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현지인들끼리도 서로 다른 영어를 한다는 거 ㅎㅎ;;

덧3)'완벽'의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영어 공부의 열정이 좌우되니만큼 스스로가 원하는 영어의 수준을 설정해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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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Jae

영어 수업을 듣기 시작한지 2주차.

선생님의 지도가 뛰어난지라 수업 난이도와 관계없이 빠지지않고 수업에 참석한다. 선생님이 교포 2세에 가까운 1.5세라 약간은 어눌하지만 한국말도 그럭저럭 구사하고 듣는 것도 대부분은 이해하는 분위기.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발음, 즉 100% 토종 한국인이 실수하기 쉬운 발음들을 자신의 부모님 연배의 노인분들에게 설득력있게 설명해준다. Did you have dinner?... 애써 Did를 '디드' 발음 나는대로 말하는게 아니라 미국인의 입장에서 발음을 교정해주는데 엄청난 인내심으로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려준다.

사실 Did정도야 한두번만 따라하면 바로 따라할 수 있지만, 그동안의 습관이 문제. 조형기식 영어발음이 입에 붙어 있는 분들이 부지기수다. 게다가 애초부터 한국인으로서는 따라하기 힘든 발음이 비일비재하다. 선생님은 그건 얼굴, 즉 입의 근육이 안풀려서 그러는 것이라고, 영어는 발음을 하는데 있어서 혀와 입모양이 무척 중요한데, 한국말에는 쓰지 않는 근육 때문에 영어 발음이 힘들다는 것이다.

해결방법? 그냥 죽어라 큰소리로 말하면서 근육을 푸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실천하고 있는 방법은 한문장을 100번씩 따라 읽기. 당연히 네이티브의 발음과 억양으로. 아내마저도 파닉스를 열심히 공부한 덕에 상당히 괜찮은 발음을 갖게 됐기 때문에 조급함이 밀려온다 ㅎㅎ;;

태생이 한국사람인 이상,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기는 어렵겠지만 듣는이로 하여금 어려움을 느끼는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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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Jae
한국사람들이 영어에 대해 실수하는 것 중에 하나가 너무 자신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발음이니 문법에 지나치게 신경쓰는 나머지 어이가 없을정도로 영어가 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말만 통하면 되지!'라며 기초를 싸그리 무시하며 썩스(SUCK)한 영어로 버티시는 분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한국에서 카추사를 나와서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남편과 간호사로 취업을 해 미국에 들어온 부부가 10년이 지난후 아빠는 자식한테 영어 못한다고 핀잔 듣고, '말' 통하는 엄마하고만 얘기하려고 한다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대민 봉사를 하실 정도로 영어가 뛰어난데 정작 자식들에게는 영어가 구리다는 핀잔을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이야기 촛점이 조금 빗나간 것 같은데, 말하고자하는 바는 기초가 튼튼한 영어가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저야 이미 미국에 들어와서 '생존'을 위해 기초니 머니 일단 해야하는 상황이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지만, 어린 아이들이나 이제 영어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부디 조금 여유를 가지고 미국 아이들이 '말(영어)'을 배우는 순서대로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대성이가 올 9월에 초등학교 입학을 했을 때, 선생님께 아이가 전혀 영어를 못하는데다가, 집에서는 온통 한국말만 쓰다보니 걱정이 된다고 하니 TV카툰(만화)를 보면서 영어에 익숙하게 해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비싼 케이블(월 $40)을 내고 TV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달이 지나도록 카툰에 나오는 영어는 커녕 장난감 광고만 좋아하는 대성이를 보며, 카툰 마저도 너무 영어 수준이 높구나 싶더군요^^; 파워레인저나 수퍼히어로 만화를 보게 해줬거든요. 그러던 중에 우연찮게 Pre-school채널을 발견, 대성이의 영어 실력이 비약적(=_=)으로 발전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프리스쿨이란 한국으로 치면 유치원 전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교육과정과 연령대가 유아원과 비슷하거든요.)

http://www.noggin.com

http://pbskids.org


저희 TV는 무슨 옵션을 조정하니 아래에 대사 자막이 나와서 저도 같이 보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프로를 보면 좋은 점이 기초 언어에 강해집니다^^; 집에 변기가 고장나서 집주인한테 얘기를 해야된느데 '변기'라는 단어를 한번도 써본적이 없더군요. 진공청소기를 사러 마트에 갔는데 미국 마트가 오죽 큽니까? 매장 점원에게 물으려고 했더니 '진공청소기'라는 단어를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린이 프로에서는 일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단어를 가르치고 문장으로 만들어 아이들과 대화합니다.

Noggin은 Dora, PBS에서는 Sesame Street가 간판 프로입니다. 대성이는 Noggin에서 나오는 Wonder Pet을 좋아하더군요. 아침에 30분 저녁에 30분만 같이 TV를 보면서 큰소리로 따라하니 아이하고 공감대도 형성되고 영어 실력도 늘더군요. 솔직히 말해봅시다. 아이와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 몇곡이나 알고 계십니까? 영어 실력도 늘고 가정도 화목해지고... 일석 이조가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아빠 : Wonder Pet~ Woder Pet~ What gonna work?
대성 : Team Work~
아빠 : 대성아 아빠랑 팀웍 할까? 저기 있는 의자를 들어보자.
아빠 : Wonder Pet~ Woder Pet~ What gonna work?
대성 : Team Work~
이렇게 놀아주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 단 30분으로 말이죠...


한국은 TV를 볼 수 없으니 웹사이트의 비디오 클립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다만 주의하셔야 할 점은, 아이 혼자 사이트를 보게하면 안됩니다. 플래시 게임이라는 삼천포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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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Jae
2008.11.04 01:05

영어공부 재개 다이어리/소소한일상2008.11.04 01:05

똑같은 '애플(Apple)'을 발음해도 한국인과 미국인의 발음이 다르다. 아이에게, '우리 애플 먹을까?'라고 묻는데 이 녀석이 '아빠, 애플이 아니고 애플이야...'라고 나의 발음을 정정해주는 상황을 겪은 후 심각하게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적지 않은 한달 생활비를 벌어야하는 가장으로서, 일정시간 영어공부에 시간을 투입하는 것은 부담이 적지 않다. 영어 대화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는 됐는데,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 한인만 상대하다보니 오히려 영어에 대한 감(感)은 쇄퇴를 거듭, 급기야 주변에서 '이제 영어 능숙해졌겠네?'라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 됐다.

이제는 발음은 고사하고 할말조차 영어로 제대로 떠오르지 않으니 내가 정말 미국에 사는게 맞나 싶기도 하다. 일단 영어공부를 해야겠다고 작심을 하고는 '무료' 영어 강좌를 찾아 나섰다. 집 옆에 커뮤니티컬리지가 있어 청강을 하려고 했더니 수강료가 필요한데다 과제의 압박에... 포기. 돈 벌 시간 쪼개서 공부하는데 거기에 돈마저 쓰는 건, 지금같은 상황에 어불성설이기에.

도서관에서 성인을 위한 영어 교육이 있었지만, 신청 후 추첨에서 당당히... 아내만 당첨. 한인 커뮤니티내에 이민자를 위한 영어교육을 소개받아 갔는데 만원사례. 게다가 모집기간 종료. 다행히 후배의 친구가 코디네이터로 있는 덕분에 결석 없이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간신히 수업에 참석할 수 있개 됐다.(2주 전에)

그런데 왠걸, 최하 40대 아줌마들과 60세 이상의 할아버지만 가득.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출석 첫날, 한 할아버지께서 ' 넌 왜 여기있냐? 학교 안가고...') 젊음을 한껏 활용한 귀염떨기로 늙은 언니,오빠들에게 사랑을 (나름)듬뿍 받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래도 주연령층이 노인들이다보니 수업 난이도가 너무 낮다는 사실. 중학교 1학년 문법이다. 당연히 수업은 영어로 ...  일단은 적어도 영어를 사용하는 시간을 늘렸다는데 의의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중.

한가지 좋은 점은, 선생님의 설명을 잘 암기해서, 그대로 아내에게 설명을 해주다보니 나름 효과가 좋다는 사실. 아내도 좋아하고, 절로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 대성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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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Jae
흔히 남들이 말하기를, 애들은 미국에서 TV만 봐도 영어가 일취월장한다길래 저희 부부는 쳐다도 보지 않는 TV를 구해 들여놓고는 비싼 돈을 들여 케이블을 설치했습니다. 결혼 7년 생활 중에 집에 TV가 있었던 적은 제가 PS2 플레이용으로 석달정도 사용한 것과 미국으로 떠나 오기 전에 하나TV를 보기 위해 들여놨던 6개월이 전부였습니다.

'TV=Waste Time'라는 오랜 생각을 뒤로 한채 오직 아이 교육을 위해 희생했건만, 영어가 늘기는 커녕 장난감 광고에 혹해 장난감 획득을 위한 눈치만 늘었습니다. 당연히 사줄리는 없으니고 욕구 불만만 쌓이고 있죠. 그나마 위로 삼을 수 있는 사실은 동내 또래 남자 아이들과 어느정도는 공감대를 가지고 놀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 트렌스포머와 슈퍼히어로의 액션과 의미를 알 수 없는 영어식 의성어로 나름 즐겁게들 놀더군요.

뭔가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틀어주려고 해도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상 그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피가 끊는(?) 그 나이에 매일 Dora나 Sesame Street같은 프로만 보게 하는 것도 오히려 이 녀석에게는 큰 스트레스일꺼라는 생각도 듭니다.

Dora

Sesame Street


여하튼 일단 TV는 사회적응(?)을 위한 수단정도로만 활용하기로 하고 사회성의 기본인 언어 습득을 위해 부정이 넘치도록 주변 전문가의 조언과 웹서치를 통해 웹사이트를 찾아냈습니다.

www.starfall.com


이름하여 StarFall. 파닉스라 불리는 발음 원리를 가지고 영어 기초를 닦아주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웹사이트가 무척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고, 기초 중에 기초 단계가 나와 있어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화살표만 따라가면서 영어를 익힐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정확한 발음을 배우게 된다는 사실도 무척 매력적이죠.

적어도 집중력 30초의 대성이가 재미있다며 20분 정도는 앉아서 학습에 임하는 것과 그 결과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사이트이리라 생각됩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정식 리뷰를 통해서 소개를 해드리고 싶지만...(모두 잘 아시죠? 미국, 특히 뉴욕 경제가 완전히 x박살 상태라는거 ㅠ.ㅠ)

단, 한가지 유의 하셔야 할 점은 어린 자녀와 함께 앉아서 공부하다보면 머리가 굳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자학모드 또는 아이 면박으로 인한 부끄럼에 빠질 우려가 있으니 애보다 먼저 한번 연습하시고 접속하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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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Jae
한국에서 영어교육과 관련해서 참 우스꽝스런 일이 있었죠. 오렌지가 아니라 어렌~쥐가 맞다는...
여하튼 미국에서 이제사 영어를 맛보는 대성이도 이런 상황이 생겼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John이라는 4살짜리 친구와 TV를 보면서 둘이 언성을 높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성 :이야~ 파워레인저 나온다~
John : 아냐, 파워뤠인저야!
대성 : 파워레인저거든?
John : 파워뤠인저야!!!!
부모둘 : 둘다 맞어!! 싸우지마!!!


나원참... 똑같은 말인데 둘에게는 전혀 다른 소리로 들리나봅니다. rrrrr....발음차이로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보통 한국계 미국 가정에서는 한국말을 하면서 단어는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학교에 간다'는 말을 '스쿨에 간다', '밥 먹고 싶어'는 '라이스 먹고 싶어' 등등...발음 하나가지고도 둘이서 내가 맞네, 니가 틀리네 싸우는 판에 이런 상황에서는 아주 난리가 나지요.
John : 엄마, 나 다이너소어 갖고 싶어~
대성 : 다이너소어 아니거든? 공룡이거든? 엄마 우유 먹고 싶어요.
John : 우유가 뭐야?
...=_=
앞으로 대성이가 겪을 언어 혼란. 지금은 이렇게 웃지만 한동안은 아이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하겠지요. 그저 애가 무탈하고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랄 뿐입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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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Jae
어설픈 완벽주의와 죄책감이 영어공부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회화에 있어서 한국에서 공부한 기성세대들은 문법이나 정확한 발음, 억양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고 걱정하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문법 때문에 대화 하기 힘들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간단한 예문을 들어보면,
A : Excuse me~ Do you know Bell Blvd? (Bell Blvd는 도로이름)
B : Next next way.
C : Thank you very much

현지에 조금만 살아본다면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대화지만 한국에서는 온통 딴지 투성이가 될만한 문장들이다. (마지막 문장 Thank you very much외에는 제대로 된 문장이 없다^^;)

중고딩때 시험에 자주 나오던 문구라 잊혀지지도 않는다. 길 물어볼때는 Show me the way to...??라는 공식. 질문도 엉터리고 대답도 엉터리. (sure, go straight and left turn on next corner~ 이 정답이다.) 엉터리 질문과 엉터리 대답이지만 그녀는 제대로 알아듣고 Thank very much를 외치며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 표현에 정답은 없다. 의사가 전달되면 그게 정답니다. 너무 문법에 쫓기지 말라.

두번째는 발음문제.

가끔 영어학원에 같이 다니면서 공부한 주변 사람들이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며 왜 영어로 대화를 하지 않느냐고 하면, 발음이 시원치 않아서..라고 한다. 열이면 열, 학원을 중간에 그만둔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벌어진다.

미국은 이민사회다. 게다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어서 연설을 하면 뭔소리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의 텍사스식 발음을 비꼬는 기사들이 나올 정도로 대통령 조차도 발음이 좋지 않았다.

발음 걱정? 할 필요 없다. r을 아~르르르라고 굴리지 않아도 걔들은 다 알아 듣는다. 한국말할때 눈이 아프다. 하늘에서 누~운이 내린다...를 굳이 구별하지 않아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전자의 눈이 眼을 뜻하고 후자의 눈의 雪을 뜻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안다.

세번째. 착한사람 컴플랙스

처음에 미국에 와서 영어로 문답을 할 때 낯선 땅에 온 이방인인데 최대한 정중해야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에서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교과서에 나온대로... 어휘력이 딸리니 미안한 마음에 정중한 표현이라도 써야하지 않나싶었던게 본심이였다.

뭘 물어볼때도 항상 Can you....?(또는 Will you)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극진히 정중한 표현인 Could you...?(또는 Would you...?)라는 표현을 쓰려고 노력했다.

어느 순간 맥도날드에 가서도 셋트메뉴 No.1 plz... (맥도널드 No.1메뉴는 빅맥이다.)하면 될껄 Could I have ...??라고 점원에게 극진히 묻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그런 정중한 표현 써가면서 물건 사는 사람이 있냐는 말이다.(실례지만 저, 빅맥 세트 하나 주시겠어요?라는 식의...)결국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귀담이 듣게 시작했고 그런 어휘에 전혀 게의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No.1 plz를 하건, 손가락으로 하나 들고 까딱거리건, May I have...를 하건 빅맥세트 하나 사먹는데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평소에 그러지 않으면서 외국에 나와서 영어를 쓸 때는 정중한 말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송두리채 무너졌고 어차피 내가 외국인인거 뻔히 알기 때문에 표현이 다소 서투르다해서 그런 나를 책잡을 일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F***식의 욕만 아니라면 어설픈 표현에서 화를 낼 이유가 없다.)

같이 지내는 목사님 내외가 있는데, 남편이 미국인이고 아내가 한국인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미국에서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가족 언어로 정해놓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미국인 목사님의 한국어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급하게 말이 튀어 나올 때는 내게 '야, 하지마!' '이상한 짓' 등의 표현을 하곤 한다. (아이들에게 하는 표현) 서른 살도 넘은 한 가장이 들을 말이 전혀 아니기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는 한국어도 완전하지 않는 미국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모든게 용서되기 나름이다.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정중한 표현을 써야한다는 것은 쓸데없이 발동된 죄책감이요, 교과서대로 해야한다는 어설픈 완벽주의일 뿐이다. 다만 격식있고 정중한 표현은 사용해야하는 장소와 상황이 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조차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정중함을 가장한 긴 문장을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아쉽게도 나와 동일한 정서를 가진 한국인이 많아 영어공부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데 영어공부에 왕도는 없다고 본다.

Just say it 그저 말하고, Try Try Again 말하고 또 말하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발음과 간단하지만 명료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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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Jae
<지난회 줄거리>
벌써 뉴욕에 온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지금까지 미국식 식당에 한번 못가본 SuJae.
쓸데없는 귀차니즘과 영어의 압박으로 인해 정크푸드만으로 연명하던 그는 날로 심신이 피폐해지기 시작하는데...
드디어 마음을 굳게 먹고 미국 식당을 향해 나갔다.
무거운 발걸음에, 한손에는 전자사전이, 입으로는 미리 찾아놓은 식당용 영어회화가 쉴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동내 상가지역.
짧은 영어실력 탓에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조금 일찍 나왔다. 마침 버거가 맛있다며 한 지인이 알려준 곳을 향해 갔다. 그게 아니였다면 어떤 종류의 미국식 식당을 가야할지 한참을 고민을 했으리라. 그토록 익숙한 한국에서조차 밥먹으러 갈 때, 설렁탕을 먹을까, 갈비탕을 먹을까, 찌게를 먹을까... 귀찮으니 짱께나 시켜먹자!!라는 패턴으로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첫 미국식당 나들이(?) 원정(?) anyway, 이기 때문에 카메라도 챙기며 나름 신경을 쓰고 나갔다. 사실 내 카메라가 고가의 장비에 속하는 DSLR이기 때문에 괜시리 강도라도 당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뉴욕에 와서 단 한번도 카메라를 꺼내놓고 사용하지를 못했다 >_<;; (오늘도 마찬가지로 카메라 가망에 꼭꼭 숨겨두고 식당 안에서만 살짝 찍을 생각이였다.)

Cascarinos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벽면에 Brick Oven Pizzeria & Ristorante라고 써있는걸 뒤늦게 발견했다. 아차 이건 이탈리안 식당이다...햄버거가 이탈리안 음식이였던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였으나, 일단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삽질이라도 한번 해야한다는게 신조인지라 무작정 메뉴판을 뽑아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체 Heroes가 뭐야? Wraps는 또 뭐냔말이다!!?? T.T
 
메뉴판을 뽑아 든 순간 나는 내가 중대한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 사람이 한국식당에 와서 순대볶음과 순대국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는가? 아니 애시당초 순대가 무엇인지조차 모를 것이다. 비록 한국말을 읽을수 있다고해도 말이다. 그렇다. 나는 메뉴판을 봐도 그 글씨가 의미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당췌 알 수 없었던 것이다 ㅡㅜ (게다가 메뉴가 필기체로 쓰여있어서 더욱 해독이 어려웠다.)

햄버거가 맛있는 집이라는 지인의 증언(?)에 의거, 일단 메뉴판에서 햄버거를 찾았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당황스러워 피자전문점인데 햄버거가 맛있다니?? 미처 이런 의심도 하지 못한채(떡뽁이 전문전에 가서 제육덮밥 시켜먹는 사람이 제일 바보같은 사람이다라는 만고의 진리도 잊은채...) 어떻게든 오늘의 미션을 성공하겠노라는 의지 하나로 결국 햄버거를 찾아냈고, 사이드메뉴와 간단한 음료, 디저트까지 적당한 메뉴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런와중에 손님이 몰려들었고 30분 먼저 온 보람도 없이 긴긴 대기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기다림 끝에 내 차례가 다가왔다. 미리 준비해둔 멘트를 다시 숙지하고 예의 바르고 (나름)정확한 발음으로 주문을 시작했다. 오호~ 내 영어가 좀 통하는걸? 한번에 주문을 마쳤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Angus Burger와 감자튀김(French Fries), 펩시(Pepsi)를 주문하고 여기서 먹을꺼(stay)라고 자리를 잡고 가려고 하는데 뭐라뭐라 또 물어본다. 어라... 머가 또 남았지? 분명 계산까지 다 잘 끝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웰던이냐 미디엄이냐 묻는다. 스테이크 먹을 때 물어보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물어보는 말이니 대답을 해줘야지. 웰던으로 주문했다.

아차!! 영수증 챙겨야지. 캔 아이 해브 마이 리싯? ... 내 말을 못알아 듣는다. 한번 기우뚱 하더니 sorry? 기껏 용기를 내서 말했는데 상대방이 못알아 들으면 내 영어에 대한 믿음이 무너짐과 동시에 당황, 목덜미가 서늘해지기 마련이다. 엄...뤼싯 플리즈!! 이제서야 알아 들었는지 오우~ 뤼~싯~... 젠장 더 굴릴껄...>_< 여기가 본토 미국인 줄 모르고 적당히 발음을 굴릴게 문제였던 것이다. 다음부터는 인정사정없이 발음을 굴리자.

어렵게 어렵게 버거를 시켰는데 30분이 지나도 당췌 나올 생각을 안한다. 이쯤되니 영어가 어눌한 내가 뭔가 잘못했나보다... 불안감이 밀려온다. 용기를 내서 내꺼 언제 나오냐고 했다. 그 순간 내 음식이 나왔다;;; 1분만 참아볼껄... 음식이 늦게 나와서 화가 났다기 보다는 내가 생소한 환경에서 뭔가 실수를 한게 아닐까하는 불안감 때문이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안도감에 그녀의 미안하다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음식을 받아서 자리에 돌아와보니 이게 왠걸. 내가 그동안 내가 먹어왔던 햄버거가 아니다. 웰던이니 미디움이니 물어봤던게 바로 패트가 아예 스테이크였기 때문이었다. 놀라운 사실이였지만 오랜 기다림과 더불어 미국 식당에서의 첫 경험이니만큼 과도한 심적 부담감(?)에 지쳐 허겁지겁 식사를 마쳤다.

미국에 와서 젤 아까운게 팁을 주는 것이다;;; 오늘 같은 경우 12불정도로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인 만원이 식대로 나가는데 거기에 팁까지 15%정도가 더 나가는 셈이니 어찌 아깝지 않으리!! 한국사람들에게 공동적으로 나와 같은 심리가 있었는지 LA에 있을 때 한국 사람들 팁 좀 잘 줍시다!!라는 캠페인이 있었을 정도다. 괜시리 어글리 코리언이 되고 싶지 않아 팁을 어떻게 주나 주위를 살펴봤다.

다행히도 나는 서빙을 받지 않고 직접 메뉴를 주문하고 처리하는 식으로 되어서 특별히 팁을 주지 않아도 됐다. 처음에 매장에 들어가서 아무런 액션없이 자리에 앉으면 웨이츄레스가 주문을 받는다. 그런데 나는 직접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하고 계산(결제)까지 마쳤기 때문에 테이블팁이 필요 없었던 셈이다. 다행히 한참 바쁜 시간대라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길어 주변을 면밀히 관찰 할 수 있어 알게 된 사실이였다. 지금까지의 삽질로 인한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기분이였다. 럭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카운터에서 미소를 지어준다. 아마도 미녀들의 수다에서 내가 느꼈던 ... 짜식들 귀여운데?? ... 하는 기분으로 나를 봐주는 것 같다. 그다지 싫지는 않은 기분이다. 다만 익숙치 않기에 두렵고, 그로인해 그네들에게 무능력자로 비치는게 아닐까해서 뾰족해 지기도 한다. 사실 이도 따지고보면 나 역시 같은 상황에서 그네들을 그리 생각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성이 있고, 누구나 그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비록 내가 이 나라의 문화의 언어에 익숙치 않다 할지라도 그네들은 문화적으로 관습적으로 이방인들에게 관대한 이들임을 잊을 때가 많다. 자꾸 압박을 느끼니 쪼그라드는 거다. 쫄지말고 발음 팍팍 굴리면서 모르면 배우면서 살아보자. 오늘 식당원정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한가지다.

그러면서도, 나갈때 뭐라고 인사를 하고 나가야하나... 고민했던 SuJae...>_<
SuJae : It was my first lunch at restaurant in NY. it was so strange^^
           but i'm so pleasure for your kindness and delicious foods. thx bye~
카운터 : oh, wellcome to NY and have a goodday!!
라고 상상만하고 조용히 식당을 나오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과묵한 것도 미덕이니 걍 할말만 하고 살자라는 위로아닌 위로를 하면서...

한참 고생을 하고 나오니 어깨가 무겁다. 기껏 무거운 카메라는 들고가놓구는 안절부절하며 사진 한장 못찍었다. 블로그 시즌2를 시작하며 제대로 포스팅 좀 하려고 했는데 사진이 하나도 없다니!! 내일 다시 가서 사진 찍어야겠다 >_<

내일은 더이상 삽질은 없겠지.

PS. 3편도 아마 있을 듯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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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