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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팔불출일기

우리 애는 학교에서 도어맨(Door man)을 합니다

미국 명문대학 입학 가이드를 보면 '봉사정신'이 뛰어난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얻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미국의 수능이라 불리는 'SAT'점수와 내신이라 할 수 있는 학교 성적과는 별도로 과외활동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한국에서도 인성교육이라고해서 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있지만 사실상 '점수따기'에 급급해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한달에 한,두번 뻔한 봉사 한번하고 도장 받아가기 바쁘다는 뉴스였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갖 아이를 데려오신 대성이 친구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화장실 도우미를 한다고 속상해하며 하소연을 합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휴식시간 외에 아이가 화장실 가기를 요청하면 반드시 다른 아이와 함께 보내는 룰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짜리가 생리현상을 쉬는 시간에만 풀수는 없는 법, 하루에 한두번은 공부시간에 화장실 가기를 원하는 아이들이 있죠. 그럴때 항상 그 일을 수행하는 전담학생이 있는데, 바로 그 일을 하는 아이 어머니셨던 겁니다.

아이 엄마 입장에서 애가 화장실 도우미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상할까요. 애가 한국에서 온지 얼마되지 않아 영어가 다소 미숙한데 왜 그런 일을 시키는지 모르겠다며 말이죠. 더군다나 수업 흐름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학습에도 도움은 커녕 방해만 되는 일이니까요. 어머니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슴아픈 일이죠. 하필 화장실 도우미라니^^;;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아이의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당신 아이는 학교 교실문을 열어주는 일을 맡았는데 아이는 그 일을 맡은 것에 무척 자랑스러워한다고... 이것이 성적에 반영이 되든 되지 않던간에, 그래봐야 초등학교 1학년인데, 아이가 프라이드를 가지고 학급에 봉사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어릴 때부터 '봉사'를 자랑스러운 일로 가르치는 미국의 초등교육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이 스스로 '봉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많은 아이들 중에 자신이 선택돼서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함으로서 '프라이드'와 주변의 관심, 부러움의 대상이 되게 한다는 것. 학교와 생활 속에서 어릴때부터 그렇게 배우는 겁니다. 이런 생각이 자라서 사회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여담입니다만, 대성이는 여전히 학교 생활에 적응조차 하지 못하는 관계로 '민폐'만 끼치는 존재입니다. 선생님은 같은 테이블에 '한국말'과 '영어'를 할 수 있는 친구를 여럿 배치해 대성이 학습을 돕게 해줍니다. 주변 아이들 입장에서 무척이나 골치아픈 일입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구는 친구와 한 테이블에서 수업에 집중도 못하고 뒤치닥거리를 해야하니까요. 그럼에도 이런 '프라이드에 찬 봉사정신'을 배우는 학생들 덕에 대성이가 훨씬 수월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