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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팔불출일기

공부잘하는 사람 vs 사람다운 사람

26학군은 뉴욕시 퀸즈보로에서 제일 좋은 학군이라 불립니다. 퀸즈지역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기 때문에 26학군에는 많은 아시아 학생들이 몰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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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학교평가사이트 Great School


대성이가 다니는 PS31 역시 26학군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아시안이 많은 편입니다. 실제로 등,하교시간에 두드러기게 많이 보이는게 역시나 한국인을 포함한 중국인입니다. 학군이 좋다는 지역에는 렌트비나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됨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자리 잡은 부모들은 맹모의 현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맹자 어머니의 행동은 따랐지만, 그 교육열만큼 지혜롭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몇일전에 학교에서 학부모 회의를 개최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고 첫 학부모 회의였고 학교 교육 방침과 목표를 전달합니다. 미국 교육은 가족과 부모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 교육 방향을 잡고 집에서 지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과는 달리 입시 일변도의 교육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다니는 열정에 비해 부모 자신이 아이에게 쏟는 관심은 매우 떨어지는 편입니다. 등하교시간에 수두룩하게 눈에 띠던 한국 아줌마들이 학부모 회의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었다고 하는군요.

교육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학교에서 판단하는 종합성적은 단지 시험점수가 아닌 여러 인성교육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봉사정신, 양보, 상대에 대한 배려 등등... 미국 공립교육은 공부를 잘하는 엘리트로 키우는 것이 아닌, 사회를 바람직하게 살아가는 '인간'으로 가르치는 것을 가장 기본으로 가르칩니다.

얼마전 대성이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알파벳 조차 모르는 대성이이건만 정작 지적하는 것은 학습태도였습니다. 말 한마디 못알아 듣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게 무척 심각하다는 내용이였습니다. 집에서 학습태도에 대해 지도하기로 했고, 룰(Rule)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가르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게다가 학교 자원봉사를 지원하는데 대부분이 백인 부모님들이였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처럼 부모가 학교에 나오면 치마바람 일으킨다는 오해는 받지 않습니다. 부모가 학교에서 봉사를 한다고해서 선생님이 아이에게 더 좋은 성적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부정이 발견되면 학교 명예는 물론이고 교사 자신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학교에 봉사를 하게 됨으로서 아이는 부모에 대한 프라이드를 지니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한 프라이드는 부모에 대한 존경이 생겨나게 되고 사회 최소 단위 가족이 건전하게 만들어져가는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봉사정신이 계승되어 아이도 '봉사'에 대해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됩니다. 미국이 자원봉사나 기부가 문화적으로 잘 형성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이런데서부터 시작되는 셈입니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 교육때문에 미국에 들어와서는 결국 한국식대로 아이를 키운다고 합니다. 좋은 학교, 좋은 학원을 쫓아다니지만, 아이 자체에 대한 관심은 무척 낮습니다. 그저 '아이 성적'에만 관심이 있다는 겁니다. 입시에 필요한 학원은 한국인들로 가득 차있고 나머지는 타민족만 가득한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한국인이 미국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머리가 좋은 민족인 탓인지 명문대에 진학하는 경우는 무척 많습니다만 그 이후의 소식, 사회적으로 큰 명성을 얻었따거나하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크게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습니다만 기부나 사회에 도움이 됐다는 뉴스 역시 들어본바 없습니다.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이민자로서 금전적 성공이 가장 큰 목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으로서의 성공이 선행되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회뉴스를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부디 자녀를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키울 수 있는 현명한 부모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