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이어리/팔불출일기

싸가지 없는 한국 엄마들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자식을 둔 아줌마들 사이에서 자주 있는 일입니다.

대성이는 말이 (많이)어눌해서 (한국)동내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기도하고... 괜히 와서 때리고 도망가기도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아마도 의사소통이 잘 안되니 같이 노는 아이들 입장에서 답답해서 그런 거겠지요.

항상 힘이 쎈 대성이가 밀치기라도해서 상대방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노심초사하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습니다. 다만 애를 보다보면 다른 집애가 대성이를 계속 때리고 있는데 그 애 엄마는 그걸 뻔히 보고도 가만히 있습니다. 보통은 때리고 놀다가도 맞는 애가 울거나 싫어하면 장난의 도가 지나침을 알고 와서 말리는게 정상 아니겠습니까?

어느 날은 그런 애들이나, 엄마들의 행동이 너무 얄미워서 아내가 대성이에게 펀치 날리는 법을 가르쳤답니다. 주막 쥐는 법과 곧게 뻗어 파워를 극대화 시키는 방법을 전수... 깝돌,깝순이들에게 복수를 다짐시켰던거지요.

여지없이 부모들의 비호 아래 안하무인으로 대성이에게 덤벼듭니다. 항상 엄마의 가르침에 충실한 대성이는 서너대 맞아주고는 곧바로 스트레이트와 바디 어택을 날렸고 상대방 아이는 급기야 링아웃을 당하는 사태가 생겨버렸습니다. 정작 대성이가 맞고 울고 있을 때는 가만히 있던 애 엄마가 자기 자식이 우니까 잽사게 달려와서는 인상을 벅벅 쓰더라는겁니다.

아내도 한성질 하는터라 한번 야려주고는 의외의 결과에 어쩌줄 몰라하는 대성이에게 집에 가자는 사인을 날렸고 둘은 명실공히 스포츠 모녀다운 스피드로 놀이터를 유유히 빠져나왔다고 하는군요.

012
이곳 뉴욕에서도 대성이가 말이 통하지 않아서 아이들과 노는데 지장을 많이 받습니다. 다행히도 언어 능력에 반비례해서 눈치코치가 잘 발달한 덕택에 그나마 어울려 노는데, 파워레인저 놀이만 시작했다하면 누군가 하나가 눈물을 보이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아이들에게는 자기가 파워레인저(수퍼히어로)고 상대방은 항상 몬스터니까요... 일단 주먹을 날리고 보는거지요.

불행히도 대성이가 자주 가해자가 됩니다 ㅠ.ㅠ 타고난 파워가 미국에서도 통하더군요. 놀랍습니다. 여하튼 당연히 아이는 울며불며 당연히 부모에가 달려갑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It's just playing. Dont cry.하면서 다시 놀이터로 돌려보더군요. 어차피 그 아이 엄마도 아이들 노는 걸 지켜보고 있는터라 놀다가 그랬다는 걸 잘 아니까요. 설사 보고있지 않았다하더라도 때린 아이를 탓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주먹으로 치고 박는 놀이를 시작하려고 하면 일단 제지를 하고 있지만 아이들끼리는 그게 잘 절제가 되지 않죠. 어쨌건 때리는 아이 부모 입장인터라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데, 그럼에도 그 사람들은 전혀 게의치 않습니다. 애들 노는데 뭐가 미안하냐구, 파워레인저가 나쁘다고 하더군요... It's crazy. Power Rages....라고 말이죠;;; 하하... 그러면서도 반대의 경우기 생기면 여지없이 자기 아이를 탓하며 미안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나이가 차이가 날 정도로 많은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합니다. 부모들이 무서운 얼굴로 경고를 하고 그마저도 듣지 않으면 데리고 집으로 가버리더군요=_=;;

자기 애가 때리면 뻔히 보고 있다가다 가만히 있다가도 맞고 오면 난리를 치는 한국 동내 아줌마와는 하늘과 땅 차이지요. 적어도 아이들 싸움이 부모들 싸움이 되는 동내는 아닌 듯 합니다.

지 새끼만 귀한 새끼인양 생각하는 아줌마들이 학교에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주범이지요. 그런 싸가지들이 자식을 키우니 싸가지를 상실한 아이들이 생겨납니다. 잘못을 해놓고도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안하는 아이, 아니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아이가 태반이지요. 그럼에두 불구하고 오히려 그런 아이를 감싸도는 부모... 이런 분위기의 사회가 무섭습니다.

글쎄요, 미국의 교육시스템과 문화가 대성이에게 얼마나 잘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동내에서는 차별이나 편견, 아이들 왕따와 같은 '어이없는'상황을 접해보지 못했기에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아내도 놀이터에서 저와 같은 경험을 했다면서 그런 여자들의 애들하고 대성이가 같은 교육을 받는게 너무 끔찍했는데 미국에 오니 훨씬 낫다고 합니다. 대성이의 언어미숙으로 아내가 마음 속에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렸을까...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다이어리 > 팔불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초등학교 체험기(1)  (6) 2008.09.03
학부형 되다!  (10) 2008.09.03
파워레인저와 파워~뤠인저  (7) 2008.07.01
대성이 미국 초등학교 보내기  (14) 2008.06.27
부부의 날에 하는 아내자랑  (20) 2008.05.21